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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여가수의 노래 쇼에 가보다.                        청초

    가을인 탓인지 공연히 마음이 헌전하고 쓸쓸한 계절이다. 때 맞춰 어제는 어떤 여가수의 개인 음악 공연장에 갔었다. 장소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성남아트센타.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갔다. 큰 아들에게 이끌리어 누구의 쇼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알고 보니 주현미의 쇼다.

    남편 생전에 정명훈의 오케스트라와 시크릿가든 연주회 감상도 이 아들 덕분에 이곳에서 함께 했던 생각에 마음이 울컥 한다.  좌석은 맨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중간자리다.
    로얄석이란다. 영화라면 화면이 가까워 괴롭겠지만 노래공연장이니 가수의 콧구멍까지 드려다 볼 수 있겠다.    

    모여드는 주변의 청중을 보니 고급스럽게 잘 차려 입은 수준이 높아보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통 길에서 만나는 수수한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다. 드디어 무대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오케스트라의 오프닝 연주가 은은하게 시작되며 여가수가 호위를 받으며 조십스럽게 계단을 내려와 무대 중앙에 섰다. 수수한 드레스에 웃음 띄운 상기된 표정 조심스런 메너로 인사말을 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보통 때 T.V.에서 보여주던 그대로 수줍고 호소라도 하는듯 겸손한 태도로 노래를 부른다.
    무대 아주 가까이에서 유행하여 보통 때 잘 알던 노래를 들으니 금세 친근감이 떠오른다.  
    한손에 마이크를 들고 또 한손으로는 찰랑대는 치맛자락을 쥐고 낭창낭창 몸을 흔들며 열창을 한다. 주변을 눈여겨 보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선망의 눈길을 보내며 열심히 화답을 보낸다. 이맛에 가수들이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그렇게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나 보다. 공연장 안은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사람들이 살기가 좋아지니 예전보다 스스로 즐거움을 나타내려는 적극성도 생긴것 같다.
    전에는 노래를 아무리 잘 해도 박수를 치거나 그런 식으로 호응을 하는일은 드물었다.
    젊은이들이 그리하고 있으니 자연히 나이든 세대도 닮아 가나보다. 좋은 현상이긴 하다.

    나는 트롯트 풍의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심드렁 한데 저 사람들은 정말 펜이라서 온 모양이다. 하기사 입장료도 생각보다 비싸다. 아주 좋아하는 펜이 아니라면 이렇게 청중들이 모여 들수 있을까.    

    그녀가 네 다섯 곡을 연거푸 부르니 보는 사람이 숨가뻐 보인다. 게스트 싱거를 부르게 하고 좀 쉬었다 하지...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부치니 애쓰는 그녀가 정말 안스럽다.
    가수라는 직업도 보기에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힘이 들고 여간한 스테미너가 뒷 받침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 내내 그녀의 소탈함과 진정성으로 해서 돋보이는 두시간여의 공연은 앙콜노래까지 듣고 무사히  끝을 맺었다. 어떤 일을 얼마나 잘 하든 간에 그 사람이 보여지는 면면에 평소의 겸손함이 무엇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중요한 요소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유별난 사람들만이 하는 일인양 멀찌감치 보아오던 이런 쇼를 큰 아들이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보여준 선물이다.
    오늘은 고맙기도 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1014.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