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하나 밀려오는 생각은 ‘외로움’입니다.
지금처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남자들은 늙어 간다는 느낌이 자주 드는 법인데 요즘 제가 그 짝입니다. 갑자기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지고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저만 느끼는 특별한 증상은 아닐 것입니다. 오십대 초반의 제 나이쯤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증상일 것이고, 누구나 건너야 할 생의 다리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제는 아내가 자신에게 갱년기가 올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협박(?)을 합니다. 중년 여인에게 오는 갱년기는 사춘기보다 더 무섭다면서 각별히 조심하라고 단단히 못을 박습니다. 그 아내에게 중년의 사내에게도 갱년기가 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어이, 아줌마!”하고 아내를 불렀다가 혼이 났습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하고 물었더니 “사랑스런 그대!”라고 부르라고 합니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뛰는 그런 나이이니 함부로 아줌마라 부르지 말라 합니다.
요즘 우리 집에는 깡패가 따로 없습니다.
아내도 요즘은 생각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백날 젊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 키우고, 남편 수발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살다보니 어느새 흰머리가 늘어가고 남편에게조차 “아줌마!”라는 말이나 들으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다시금 보게 될 것입니다.
건강도 예전만 못함을 느낄 것입니다. 뱃살은 적당히 쪘지만 심리적으로는 허전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은 자기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하겠지요. ‘나는 여지껏 무엇을 하고 살았나’ ‘나는 아내인가, 엄마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새벽 3시가 다되어 갑니다.
아내가 곤히 자고 있는 침실의 창문 너머로 달빛이 유난히 곱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간, 저 고운 달빛 아래 어디에선가 허기진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슬픈 영혼도 있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영혼을 살포시 안아주고 싶은 밤입니다.
아침에 아내가 이 글을 보면 “아니, 이 인간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