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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한참을 느긋하기에 이번 가을은 아마 늦장을 부리나 보다 했습니다. 언듯 보니 하루 밤만 자고나면 모든 나뭇잎들이 색깔을 달리하더니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온갖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가까운 들 텃밭에는 여름 내 가꾸어 온 무 배추 고구마 총각무들을 뽑아서 이제 모두들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만리 창공을 날며 끼륵끼륵 고향 길 재촉하는 기러기 떼들... 빈 들판에 버려진 채 마른 옥수수대들 만이 우루루 찬 바람에 떨고 있었어요.
소슬바람에 휘 날리는 갈댓 잎들... 알게 모르게 시절(時節)은 입동(立冬)으로 다가 가는 데... 가을은 무심한 냇물에 실려서 어디런가 먼 곳으로 흘러 가고 있었어요. 어쩌면 올해 만은 영원히 머물줄만 알았던 이 가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 |

2014.11.11 01:02
슬며시 떠나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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