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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며시 떠나가는 가을              청초


      날씨가 한참을 느긋하기에

      이번 가을은

      아마 늦장을 부리나 보다 했습니다.


      언듯 보니 하루 밤만

      자고나면 모든 나뭇잎들이

      색깔을 달리하더니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온갖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가까운 들 텃밭에는 여름 내 가꾸어 온

      무 배추 고구마 총각무들을 뽑아서

      이제 모두들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만리 창공을 날며

      끼륵끼륵 고향 길 재촉하는

      기러기 떼들...


      빈 들판에 버려진 채

      마른 옥수수대들 만이

      우루루 찬 바람에 떨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탄천에 나가보니

      소슬바람에 휘 날리는

      갈댓 잎들...


      알게 모르게

      시절(時節)은 입동(立冬)으로

      다가 가는 데...


      가을은

      무심한 냇물에 실려서

      어디런가 먼 곳으로 흘러 가고 있었어요.


      어쩌면 올해 만은

      영원히

      머물줄만 알았던


      이 가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