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야탑역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레베이터는 20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물론 내려 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맨 마지막에 타서는 자기는 탔으니 '이제 문아 닫혀라’ 하고 작동 버턴을 누르면 그때부터 20초를 또 다시 기다려야 된다. “에이~” 먼저 탄 사람들의 원성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운 좋게 타기는 했지만 이런 원성을 들게 되니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된다.게다가 닫혀가는 문을 버턴을 누르고 정지시켜서 억지로 올라탔을 때에는 상당한 눈총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제하고 다음걸 타게 되었다. 언제인가 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급증에 걸려있는것 같다. 예전 같으면 탄 사람들이 스스로 닫히는 문을 다시 열고 그 사람이 타도록 배려를 했었건만 이제 그런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원래 이 엘레베이터는 장애인을 위하여 만들었다는데 장애인이 그 커다란 장애인용 전동차를 타고 나타나면 먼저 서있던 노인들까지도 무엇에 쫒기는 닭처럼 주춤 비껴선다. 그가 타고 남은 옆 공간에 몇사람만이 겨우 끼어 가기도 한다. 요즘은 부쩍 나이든 이들이 많으니 모두가 다리 허리가 시원찮아 거의 예비 장애인 급이다. 계단을 올라오기도 힘들지만 내려가기는 더 신경이 쓰인다. 잠시 허공에 뜬 다리가 방향을 잃고 헛디뎠가는 그 결과가 자명하기 때문에 여간 조심이 되는 게 아니다. 오늘도 선농문학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엘레베이터를 타게 됐다. 거의 문이 닫힐 순간인데 조금 나이든 어떤 아주머니가 단거리 마라톤 선수처럼 쏜살같이 뛰어온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누?' 이를 쳐다보는 모두는 아슬아슬하다. 겨우 타자마자 문이 스르륵 닫힌다. 이를 보다 못한 내가 “겨우 꽁찌로 합격하셨네요.^^ 근데 그러다가 넘어져 다치시면 어쩌시려구요. 아니면 다음 걸 타시지.” 그녀가 멋쩍은 듯 미소를 머금는다. "그런데 어디선가 군고구마 냄새가 솔솔 나네요. 아주머니 군고구마 사셨죠?^^” 그녀의 무안함을 메워주려는 의도에서 내민 말이다. 그러자 그녀가 손에 든 까만 비닐봉지에서 무엇인가를 부시럭부시럭 꺼내는 게 아닌가? 무얼 하려고 그러나? 나는 의아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꺼낸 것은 방금 구운듯한 말랑한 호두과자 한개를 나에게 내미는 게 아닌가. 일순 나는 작난끼가 동했다.마치 프로골퍼가 우승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듯이 동그란 호도과자를 번쩍 들고 함께 탄 엘레베이터 승객에게 자랑하듯이 보여주었다. 순간 그들의 선망의 눈길들... 뜻밖이라 나는 사양할 겨룰도 없어 그녀에게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이 서로 통하는 순간이다. 아, 따끈하고 달콤한 그 호두과자의 맛이란 ... 2015.2.11 (제주도 동백?) |

2015.02.14 23:25
엘레베이터 안에서 ...
조회 수 559 추천 수 71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77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김 혁 | 2015.03.08 | 585 |
5876 | 봄이 오는 소리 | 김 혁 | 2015.03.06 | 630 |
5875 |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소중한게 무엇인지? | 이용분 | 2015.03.06 | 570 |
5874 | 내 고향 가고 싶어라 | 김 혁 | 2015.03.03 | 579 |
5873 | 봄이 오고 있네요 | 김 혁 | 2015.03.03 | 587 |
5872 | *** 7회 졸업 50주년 행사 *** (한 번 더 보기) | 김 혁 | 2015.03.03 | 562 |
5871 | 하나 보다는 더불어 가는 마음 | 김 혁 | 2015.03.02 | 610 |
5870 | 3월의 첫날이 시작되는 삼일절입니다 | 김 혁 | 2015.03.01 | 696 |
5869 | 말없이 사랑하여라 | 김 혁 | 2015.02.28 | 669 |
5868 | 오늘을 사랑하라 | 김 혁 | 2015.02.28 | 632 |
5867 | 당신은 나에게 행복을 열어가는 사람 | 김 혁 | 2015.02.27 | 591 |
5866 |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말씀 | 이용분 | 2015.02.27 | 586 |
5865 | 봄 햇살에 안겨보세요 | 김 혁 | 2015.02.26 | 552 |
5864 | 봄이 오는 소리 / 해송 김태옥 | 김 혁 | 2015.02.26 | 654 |
5863 | 이른 봄날에 내리는 비... | 이용분 | 2015.02.22 | 605 |
» | 엘레베이터 안에서 ... | 이용분 | 2015.02.14 | 559 |
5861 | 매섭게 추운 겨울 날 길모퉁이에서 | 이용분 | 2015.02.08 | 593 |
5860 |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김 혁 | 2015.02.07 | 513 |
5859 | 인생의 시계 | 김 혁 | 2015.02.07 | 593 |
5858 |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들 | 김 혁 | 2015.02.05 | 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