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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날에 내리는 비...             청초

    우리 아파트 뒷 창으로 내려다보면 냇가로 걷기운동을 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은 어떤가 하고 내다보니 비가 오는지 모두 색색갈의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겨울이라 너무 추우면 몸과 마음이 움추려 들어 그동안 꼼짝을 못했다.  

    주섬주섬 따뜻하게 옷을 차려 입고 우산을 펴 들고 냇가 길을 걸어서 탄천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비가 오니 흐르는 물도 진흙탕물이 아닌 시커먼 물이 흐른다.
    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어름들이 온데간데없이 녹아서 사라졌다.  

    이개천은 탄천으로 향해 흐르는 간헐천이다.
    수원지가 짧은지 비가 안 오는 겨울에는 수량이 줄어들고
    비가 자주 오는 여름에는 물도 맑고 수량도 풍성하게 흐른다.

    부지런한 오리 한 쌍이 머리를 물속에 들이박고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갈색 털을 한건 암놈이고 주로 청색과 흰색의 복합 화려한 털을 한건 수놈이다.
    서로를 관리하는듯 공연히 낮은 소리로 '괙괙괙' 연방 소리를 내는 건 수놈이다.  

    자연의 이치란 삼라만상 모든 건 암놈과 수놈이 짝을 지어 서로를 쫒고 따르게 한다.
    하얀색 해오라기가 이들에게 바짝 붙어서 먹이를 찾는다.
    이 해오라기는 사람의 기척을 아주 싫어해서 항상 불안 경계 태세다.

    카메라만 드려대면 하얀 날개를 펄떡이며 영락없이 날아서 도망간다.
    그 새가 날기 시작하면 내 카메라로는 그 우아한 날개 짓을 담을 수가 멊다.
    그들 조상이 인간에게 아주 심한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는 지 영 친할 수가 없다.

    작년 봄에 깨어나서 떼 지어서 이곳을 헤엄을 치며 다니던 새끼 오리 무리들...
    이제는 모두 커서 큰 오리 떼가 된 오리 중 유난히 눈에 띄던
    하얀색 오리 무리는 풀숲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큰 교각 아래 다리 관리를 위해 사람이 붙여 놓은 쇠 난간은 비둘기 떼들의 둥지 터다.
    사람만 나타나면 모두 날아 와서 고개를 까딱 거리며 사람 주변을 맴돌며
    언제쯤이면 먹이를 주려나 눈치를 살피던 그들이 모두 움추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비둘기가 너무 성해지면 전염병 등 공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이 조류들에게 먹이 주는 게 금지되어 있다.
    비가 오니 모두들 움추린 채 약속이라도 한듯 난간에 날개를 접고 꼼짝을 안 한다.

    얘들이 오늘은 영락없이 쫄쫄 굶고 지내게 되었구나.
    너무 먹어 몸이 무거우면 날지를 못하겠으니
    이렇게 살게 마련된 게 야생 동물들에게 주어진 혹독한 삶인가 보다.

    귀가 길 가까운 개천 변 바닥에 촉촉한 봄비에 겨우내 오그렸던 프라타나스 낙엽들...
    빗물에 불어 나서 갈색 커다란 잎들이 넓게 펴진 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한겨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보낸 버들강아지도 아직은 깊은 겨울잠에 잠겨 있다.

    여기저기 길 가운데 고인 빗물 속을 드려다 보니 그 물그림자 속 세상이 아름답다.
    이제 우수도 지났으니 이 봄비가 그치면 겨울잠에 잠겼던 온 삼라만상이
    다시 기지개를 펴며 이 땅에 다시 봄이 찾아오겠지...

                                                  2015년 2월 어느 날










                              (고인 빗물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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