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돌마초등학교 교정에서)
- "오래 살다 보니... " 청초
며칠 동안 탄천으로 걷기 운동을 나가지 않았더니 다리가 무겁다. 아예 운동을 안 하던 시절에는 맨 처음 첫 발자국 걸음 띄기에 다리오금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의 기분은 날씨와 같아서 공연히 우울증 비슷하게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운동 나가기가 싫다.
오랜만에 탄천을 나가니 며칠 못 본 사이에 버들강아지가 피어나서 노랗게 꽃이 피고 버드나무 가지에도 눈이 트여 연 초록 빛을 띠고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내가 걷는 탄천 지천을 가로지르는 인도의 교각 밑 좁은 틈새에는 항상 비둘기들이 서식을 하는데 올해도 비둘기 두 쌍이 각각 알을 품었는지 잔득 털을 부풀리고 앉아 있다.
연신 '구구구'소리를 낸다. 사이가 좋은 부부를 일컬을 때 비둘기 한 쌍에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둘기고기를 먹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비둘기 알이나 고기를 먹으면 아이를 둘밖에 못 낳는다고 먹기를 꺼렸지만 지금은 아이를 하나나 둘만 낳는 게 보편화 되어 그도 옛말이 되었다.
봄 기운이라 그런지 그 사이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아주 활발하여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요즘들어 노인들도 열심히 걷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못지않게 종종 갑자기 장애인이 된이들도 끼어 걷고 있다. 열심히 운동을 하다보면 재활이 되어 정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걸을터이니 큰 박수라도 쳐서 응원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건강은 소중한 것이다. 이곳은 평지라서 누구라도 운동하기에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아직은 날씨가 덜 풀려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옷 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누구하고도 말을 건넬만한 사람이 없어서 물가에 앉아 잠시 봄을 감상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어린이만을 위해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지만 그곳에서 노는 어린이를 보기란‘가뭄에 콩’나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른용 운동기구가 설치되었다. 나라가 돈이 많으니 제법 비싸 보이는 여러 가지 운동기구가 있어 탄천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나도 종종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한다. 무언가 운동기구 가까이 땅에 거무스름한 게 눈에 띄기에 눈여겨 보니 강아지 배설물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옆에 어떤 좀 젊은 여인과 남자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얼른 집어서 치우려니 유난스러운 것 같아 그냥 돌아가려는 데 얼마쯤 가니 역시 강아지의 배설물이 또 있네.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이곳은 때때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 곳이다. 이를 못보고 지나다가 밟으면 온 천지가 개똥밭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미친다.
두리번거리면서 이를 치울만한 기구를 찾으려니 있을 리가 없다.
연산홍을 심어 놓은 화단을 드려다 보니 마침 가느다랗고 기다란 막대기가 눈에 보인다.
그것을 두개로 뚝 잘라 젓가락으로 콩자반 집듯이 그 개똥을 집어 꽃밭에 던진다.
몇 걸음 더 걸어 되 돌아 가서 먼저 본 개똥을 집어서 역시 화단에 던지고 돌아 서는 길이다.
"개를 데리고 나오면 이런 건 치우고 가야지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요."
먼저 여인이 겸연적은지 들으라는 듯 혼자소리를 한다.
못 들은척 아무소리도 안하고 그냥 돌아가려는 내 뒤 꼭지를 향해
"참으로 착하시네요" 한다.
의외의 반응에 나는
"나이가 들면 그리 되어요^^"
오래 살다보니 어린아이시절에나 듣던 이런 "착하다"는 칭찬도 듣게 되는구나 ...
멋 적게 나 혼자 미소를 지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201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