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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봄날 벌린 잔치...                     청초 ​​

    지난 겨울에는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았다. 봄날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세 아이들이 모두 차를 끌고 다니니 눈이 내리지 않아 길이 안전하여 좋았다.​ 이렇게 가물다가는 농사짓기를 망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농사를 짓지 않는 내가 ​슬슬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주 사는 작은 아들이 얼마 전 부터 봄이 되면 엄마하고 낚시를 함께 가자며 전주에 내려오라 하였다. 그 아들과는 그 애가 초등학교 시절 부터 우리 부부가 늘 낚시를 함께 데리고 다녔다. 그 취미에 남다른 이야기 거리에 많은 추억과 재미가 통하는 사이다. 서로 약속한 날이 가까워 졌는데 느닷없이 손자아이들이 모두 감기가 잔뜩 들어서 혹여 내가 가서 감기라도 옮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스런 전화가 왔다.물론 내 대답은
    “그러면 못가지...^^”
    손자들과 지낼 즐거운 생각을 하다가 조금은 실망이다.  
    날씨가 흐릿하더니 며칠사이를 두고 연일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남녘에서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단다. 갔더라도 비에 갇혀서 낚시를 못 할번 했네...

    탄천으로 걷기운동을 나가기로 한다. 이제 천변에 피었던 벚꽃은 어지간히 지고 간간히 늦게 피는 몇 그루의 벚나무만이 뒤늦게 아름다움을 뽐낸다. 걸어가는 내내 보도에는 색색의 벚나무 꽃잎이 눈처럼 떨어져 흩어져서 꽃길을 만들었다. 옛 시인 누군가가‘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라고 읊었는데 그 여린 꽃잎들을 밟고 지나가기가 애처럽다.탄천 본류로 가는길 작은 지천이 모처럼 내린 비에 물길이 트여 흥건히 흘러 내리고 있다.​
    그 때 마침 탄천 변 인도에 얼룩덜룩한 캐나다 산 기러긴지 오리가 혼자 뒤뚱거리며 걸어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혹여 먹이라도 주려나 사람 주변에서 맴돌며 도망을 가지 않는다. 구경을 하던 어떤 이는 스마트 폰으로 이 녀석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 광경이 보기 좋다. 좀 있자 그들이 모두 가버리기에 나는 내가 갖고 온 묵은 토스토와 빵 쪼가리들을 조금 꺼내서 그 오리에게 조심스럽게 던져 주었다.

    그때 안가고 있던 한 여자가
    “그 애들에게 그렇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됩니다. 야생성을 잃고 이렇게 사람주변을 맴돌잖아요.” 아주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나도 그곳 큰 다리위에 쓰여 있는 글귀에서 잉어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쓰여 있는 그 비슷한 경고문을 읽은 적이 있기에 주빗거리며 멀리서 보다가 그리한 것인데... 그녀의 인상을 보니 오십은 넘긴 듯 나이에 좀 까다롭게 생겼다.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 행하는구나.전주에 있는 어떤 공원에서는 일부러 먹이를 팔기도 하는데...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뜸한 큰 교각 밑으로 가니 어떤 머슴아이가 열심히 새우깡 먹이를 던져주는데 보아하니 그 아버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몇 마리의 보통 오리들과 비둘기까지 몰려들어 거산이를 하고 제가끔 날개를 퍼덕이며 제 먼저 먹이를 차지하려 난리 법석이다.
    ‘이곳에서 나까지 빵을 던지면 안 되겠지...’  ​
    나는 슬슬 걸어서 아까 그 얼룩 오리가 있던 자리에 가보니 그 녀석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쩌지 갖고 온 빵들이 아직도 주머니 안에 그냥 있는데...

    봄 비는 아직도 우산을 써야 될 만큼 내리고 있다. 좁은 인도다리를 확장하려는지 공사를 벌려 놓은 다리를 건너가니 마침 암수 두 마리 오리가 경사진 풀밭에서 풀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 아래 개천에도 멀찌감치 몇 마리 오리가 물속에 머리를 쳐 박고 열심히 물질을 하는 게 보인다. 우선 풀숲에 있는 오리에게 빵 조각을 던져주니 미처 찾지를 못하고 우왕좌왕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어느새 멀리서 이를 본 오리떼들이 황급히 쫓아오니 모여든 오리가 금방 대여섯 마리로 늘었다. 어차피 정해놓고 주려든 게 아니니 둔덕져서 미처 올라오지 못하고 허둥대는 녀셕에게도 힘껏 던져 준다.

    ‘이런!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고 좋을 것도 없네...’
    오리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내 나름 골고루 주느라 바로 밑에까지 닥아 온 녀석에게도 은전을 베풀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행한 이 봄날 잔치가 법에 거슬려서 잘 못된 일일까...

                                                         2015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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