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쑤세미 꽃) 또 다른 세상 취미농사 청초
무심히 쳐다보니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까만 비닐봉지에서 강남 콩 이파리가 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강남콩이라면 화초도 아니고 뭐 그리 성하는 작물도 아닌 모종을 사가다니 서투른 농사꾼인가보다. 나는 어렸을 때 친정 할머니가 마당가운데 심어 놓은 채소밭 가장자리나 밭이랑 사이에 심는 이 강남콩이 그 당장 핀 몇 개의 꽃송이 이외에 더 넝쿨이 뻤는다던가 달리 가지를 치는 작물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콩나무이어서 몇 꼬투리의 콩만 열지 더 기대할 나무가 아님을 아는지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강남 콩 모종을 사셨어요?" "아니요. 먼저사간 작두콩 나무 묘목중 하나가 죽었다고 말하니 장사가 하나 덤으로 주었어요." 그러고 보니 몇 개 달인 애처러운 노란꽃이 위험스럽게 봉지 밖으로 아슬아슬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보인다. "이 꽃들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게 떨어 지면 헛농사입니다. 그런데 쑤세미 모종도 사셨네요." "예 쑤세미꽃이 예뻐서요." "그래요, 쑤세미꽃이 피면 때로는 커다란 호박벌도 찾아 들지요 . 쑤세미가 열린 풍경도 아름답지요." 갑자기 몇년전 우리 아파트 현관 입구에 누군가가 심어 놓은 쑤세미가 노랑꽃을 피우고 쑤세미도 몇개 열렸다. 드물게 호박벌도 찾아들고 그게 커가는 모양을 보는 즐거움에 후뭇하였다. 어느날 보니 쑤세미꽃 덩쿨이 무참히 찢겨져서 피던 꽃도 여린 쑤세미도 모두 시들어 있는게 아닌가.짖구진 아이들의 짓이겠지... 씁쓸하고 슬픈 추억은 오랜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듣다 보니 나도 마치 그 집 정원에 함께 선 듯 마음이 흐뭇하다. "이런 걸 심고 키워보고 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 이런 것들을 보살 필 때면 아주 마음이 청결해져요. 그런데 마당이 있으세요.?" "아뇨, 다세대에 사는 데 앞집 뒷 창으로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마구 버려서 못하게 하려고 꽃을 심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꽁초를 덜 버리던가요?" "아뇨.아무 소용이 없어요. 여관집이라 아무리 얘기를 해봐도 공염불이라 포기 하고 매번 꽁초를 주워서 버립니다." "거름을 무엇으로 쓰세요?" "집에서 나오는 야채 찌꺼기나 생선 찌꺼기 안 짠 걸 썩혀서 쓰기도 하고 화초집에서 만들어 놓은 퇴비를 사서 섞어 주기도 하지요" "그렿군요. 나도 지난 봄에 화초비료 한 푸대를 샀는데 30Kg 짜리를 7천원에 샀는데 집에서 재어 보니 20Kg 도 안돼요. 쌀 20Kg라면 우리가 들기에 무거운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잠시 함께 한 전철 안 화제에서 신선한 기분을 만끽했다 . 그러자 내가 내릴 약수역에 가까워졌다. "그럼, 농사 잘 지으시고 재미를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앉아가세요." 인사말까지 잊지 않았다. 일어서는 순간 갈색으로 칠한 큰 상자를 2개나 들고 있는 걸 발견하고 "여기에 심으시려구요?" "네" "얼마 주셨어요." "한 개에 7천원요" "....." '에그! 무얼 얼마나 키워야 본전을 뺄 수가 있을까...' 가까운 시장에 가면 그냥 버려지는 그 흔한 스트로폼 상자를 구해다 심어봐도 될것 같은데... 계산이 안 되는 그녀의 또 다른 세계 취미농사가 부디 잘 되기를 빌어 본다. 2015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