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장대비가 쏟아지며 서늘한 바람을 후루룩 몰고 오더니 가을은 이렇게 이 땅에 다시 찾아 왔습니다. 우산 속 장대비 소리는 어느 사물몰이패의 장단처럼 후두둑 툭툭탁 후두득 툭툭 경쾌하더니만 가을을 재촉하는 비인 줄은 몰랐습니다. 빗줄기에 퉁기쳐 길 가운데 나 딩구는 빨간 이파리 하나 이리 저리 구르면서 피해 보지만 어미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이미 길을 잃었습니다. 한 여름날 푸르청청 어미 나무에 달려 있을 때에는 어느 가을날 이렇게 홀로 낙엽 되어 이 아름다운 세상과 등지게 될 줄은 미쳐 상상이나 하였을까요. 무릇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그 연연하던 많은 인연들을 어찌 뿌리치고 어느 하루 느닷없이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고 누구에게나 닥칠 이 운명을 모르는 채 어떤 양지바른 산자락에 홀로 누워 천년의 잠속에 잠길 수 있었을까... 다시 맑게 개인 푸른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면서 오늘도 희망을 안고 가을날 예쁘게 피어나는 꽃들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을 보면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2015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