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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8 21:42

가을이면 앓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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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가을女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男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여자는
홀로 떠난 여행길 어느 낯선 간이역 플랫폼
마지막 열차가 남기고 가는 비명속에서
이미 전설로 남겨진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며
온전히 홀로된 고독에 묻히고 싶어한다

엷은 카키색 버버리 코트깃을 세우고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텅 빈 플랫폼에서
후드득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가을여자에겐 전혀 허물없어 보인다
때로는 孤獨한 여자가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던가?

가을남자는
갓 잡아올린 등 푸른 생선의 비늘처럼
찰랑거리며 윤기 흐르던 미류나무 광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메마른 수수깡처럼 가슴이 푸석해진다

가을여자가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고 있을 떄
가을남자는 기억의 저 편, 신화처럼 살아있는
오월의 장미를 기억해내며
목젖으로 올라오는 쓸쓸함을 삼킨다

가을여자는
홀로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히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 차를 탄다

가을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 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날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회상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홀로 술 마시는 가을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여자가
가을남자가
가을이면 앓는 病.
가을에는 다 그렇다.

가을의 전설 칼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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