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딸이 대세... 청초 사람을 가깝게 관찰하기에는 지하철안만한 곳도 없다. 평소에 접하지 못하던 각양각층의 사람들을 자연스레 바라 볼 수 있는 곳이 지하철안이다. 얼굴의 피부가 팽팽하니 한창 윤기가 도는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어지간히 살아서 피곤에 지친 중년이 있다. 오다가다 티없이 맑고 예쁜 아기를 잘 볼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곳에는 너무나 많은 노인이 타고 있기 때문에 그 높은 연세에 다다른 사람의 용태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나이에도 저같이 건강하게 나와 다닐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사람 마다 궁금하기도 하다. 스포츠형 모자를 쓰고 총체적인 차림이 젊은이 못지 않게 스포티하게 차려입은 어떤 할머니와 우연히 함께 앉게 되었다. "어쩌면 그렇게 멋진? 차림으로 어디를 가시나요?" 궁금하여 물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벗는데 보니 반백의 머리에 아주 할머니다. 차림세에 따라서 사람의 분위기가 이처럼 달라 질수 있을까... 그래도 말을 걸어 보니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 그녀는 딸만 넷을 두었는데 두딸이 의사란다. 바쁜 딸 대신 손자들을 돌보고 학교에 가는 걸 보살피며 시간을 보낸단다. 여생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단다. 노년에도 딸과 함께 하니 두드러지게 의견 충돌이 날일도 없고 그냥 그 날이 그날이란다. 역시 딸과 함께라서 그런 차림으로 나올 수 있었겠구나... 요즘은 아들을 둔 사람들의 수난시대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간해서 며느리와 뜻이 맞는 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자고로 가뭄에 콩 나기다. 오늘은 문학교실에서 공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야탑역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기다리던 엘레베이터가 내려와 멎자 저만치에서 키가 작고 조금은 뚱뚱한 여자노인이 뒤뚱뒤뚱 달려온다. 보아 하니 나 보다 년배가 높아 보이는 상노인처럼 보이는지라 엉거주춤 옆으로 길을 비켜 섰다. "어이구 힘 들어라" "어이구 힘 들어라" 차림새를 보니 어떤 외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짚시처럼 차려 입었다. 점차로 추워가는 요즘 날씨에 이것저것 있는 대로 걸친 듯 두서가 없는 차림에 등에는 짐까지 졌다. 얼굴을 보니 콧대가 반듯하니 제법 잘 생긴 얼굴이다. 온 얼굴에 거미줄처럼 주름이 하나 가득, 하도 죽겠다는 소리를 공염불처럼 되뇌기에 "도대체 연세가 얼마나 되셨어요?" 보다 못한 내가 엉겁결에 물었다. "90이우, 모든 게 너무 힘들어, 나이를 먹고 보니..." 옆에 섰던 한 여인이 거든다. "년세에 비해서 아주 정정하시네요.^^" "키가 자그마하셔서 그래도 덜 힘드실 것 같아요." "살다 보니 키가 큰 게 별로에요. 공연히 큰 몸을 끌고 다니기에 힘만 들지." '요행히 살아 남기라도 해야 되긴 하겠지만...장수를 한다는건 여간 고역이 아닌것 같다.' 나 혼자만의 소리로 중얼거려 본다.엘레베이터에 머문 시간은 잠깐이다. 가을 해는 짧아서 밖은 이미 캄캄하다. 그녀는 어느 새 가 버렸다. 가을 날과 노인의 건강은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는 65살이 되자 집안 살림살이에서 손을 노으시더니 68세에 세상을 하직하셨다. 보통은 자손들이 부모들을 닮게 마련이란다. 어머니가 그 이상 더 오래 사시지 않으셨으니 아주 노년을 어찌 보내 셨을는지는 알길이 없다. 앞으로 백세를 산다고들 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떻게든 건강하게 잘 살아야 되겠기에 이런 노인들을 눈여겨 보며 많은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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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32
요즘은 딸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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