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지하철안은 그다지 분비지 않았다. 어떤 역에서 지하철이 멈추며 문이 열리자 초록색 누비잠바를 입은 한 남자가 타면서 갑자기 맞은편 문쪽으로 다가가 문에 꽈당 부딪히며 벌렁 넘어지는 게 아닌가. 일순간 지하철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면서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빨리 119를 불러요” 하고 다급 하게 소리를 친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속도를 내서 달리는 지하철안에서 어디로 오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 그러는 순간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비키며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양보하려는 자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술에 취한듯 무모하게 비틀대며 쓸어지는 그를 피해 비켜났다는 말이 더 솔직할것 같다. 나는 잠시 쳐다보며 이 사람이 환각제를 먹었나... 술에 취했나... 얼굴을 보니 오십대 중반 쯤 되 보이는 사람이다. 이마에 상처가 났는지 피가 조금 흐른다. 아까 넘어질 때 다친 모양이다. 휴지래도 주어야 되지 않나...엉겹결에 찾으니 휴지도 없다. 저를 어쩌지... 언 듯 보니 손에는 지하철에서 흔히 보아오던 구걸하는 이들이 죽 돌려주는 네모난 설명서가 들려 있다. 순간 이 사람이 구걸을 목적으로 그렇게 과한 행동을 한 모양이다. 이제는 지하철 칸 한 가운데로 가서 바닥에 딩굴면서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는 동안 바로 다음 역인 내가 내릴 야탑역에 닿았다. 차안에서 그 광경을 함께 목격했던 한 여인이 내리면서 말을 건다. 그 전역에서 그 사람이 분명히 함께 탔는데 그때는 멀쩡하게 줄을 서서 한동안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다. 그가 유난히 눈에 띠는 초록색 잠바를 걸쳐서 정확히 기억을 한단다. 그러더니 지하철을 타자마자 그런 행동을 벌려서 어이가 없단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주위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허리우드 액션'?이었던가. 흔히 축구선수들이 경기때 운동장에서 상대방에게 다친듯 벌이는 그 과한 거짓행동! 그렇게 해서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면은 이마도 다치고 너무 지나친 행동이 아니던가... 이 노릇이 그 사람의 생계 수단이라면 아마 몇 정거장 쯤 가면 말짱한 얼굴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툭툭 털고 걸어 갈지도 모른다. 정말 알수 없는 세상이다. 살아 가기도 힘에 겨운 세상살이다. 나도 모르게 착잡한 마음이 드는 걸 금할 수가 없었다. 2016년 1월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