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땐 여자가 홀로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도
조금도 아름답지 않고 매력있어 보이질 않는다.
청승스럽고 초라해 보일 뿐이다.
아무도그 여자한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누구의 관심도 눈길도 끌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이에야
겨우 모든 그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는 아무데에도 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무슨 옷을 입고 나서야 남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백화점에도 이름난 디자이너의 옷가게에도
몸에 맞는 옷은 없다.
마음으로는 젊어보이는 옷을 고르고 싶은데
그런 디자인의 옷은 몸에 맞는 사이즈가 없다.
좋은 옷 입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부터야말로 여자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까지 놓친 시간이 아무리 길고 아깝다해도
그건 생각하지 말기로 한다.
잊어버리기로 한다.
지워버리기로 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냘픈 허리에 기다란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카락을 되는대로 틀어 올리고 기차 에서 내린다.
황야를 달려온 속도없는 기차에서 내리면
그 여자는 새롭고 낯선 아프리카의 공기를
몸으로 느끼면서 주위를 살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기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인가.
김이연의 '女子가 자존심을 버린다면 그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