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과도 예정된 이별이 두려워서 ... 청초
우리 아들이 사는 곳의 뒷집에는 키만 껑충 커가지고 좀 멍청한 진돗개가 살고 있다. 개짓는 소리가 전혀 없었는데 드문드문 골목길에 나와서는 겅둥겅둥 뛰어서 돌아다니다간 종종 열린 대문으로 우리 집을 끼웃 끼웃 드려다 보곤 한다. 그러면 나는 `쉿 너의 집에 가거라` 하고 쫓아 버리곤 한다.
혹여 저러다가 개 도둑에게 붙들려 가기라도 할까 봐 염려가 되어서다. 사실 요즈음은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는 개가 한마리도 눈에 띄지를 않는다.
그들은 전부 주인과 함께 아파트나 집안으로 격상 입주를 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몸도 줄이고 용변보기 훈련도 받고... 요즈음 T.V.에서나 개를 데린 사람들을 보면 애완용 강아지에게 비싼 옷(?)을 해 입혀서 마치 어린아이 안듯이 안고 업고? 실제로 강아지를 업은 사람은 못 봤지만. (언제인가 T.V에서는 본적이 있긴하다.) 아기 유모차에 아기 대신 싣고 다니는 사람은 보았다. 아기인가 하고 드려다 보았다가 질겁을 한적이 있다.
승용차 앞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떡하니 차창 밖을 내다보는 그들, 사람 못지 않게 호강을 하는 견공(犬公)들을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어디 그뿐이랴. 사람과 같이 한방에 동거하면서 온갖 고(苦)?와 락(樂)을 주인과 함께 한다. 가히 개들의 세상이다.
T.V.에서 보니, 별 볼일 없던 총각이 아가씨들의 관심을 끌려면 재주 많고 예쁘게 생긴 강아지만 데리고 다니면 인기 캡이다. 그들의 생활 유지비도 웬만한 아이 키우기나 맞먹는다고 들었다. 미용실은 물론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서 X레이도 찍고 수술도 받고. 입원도 하고...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인가? 보다. 이렇게 견권(犬權)까지 잘 보장되어 있으니...
노후가 쓸쓸한 노인이나 외로운 사람이면 몰라도 사실 한창 아이를 낳아 기르고 보살피고 교육시키고 해야 할 젊은 여인들이 아기는 낳기를 꺼려하고 한낱 강아지 키우기에 열과 성을 다 바치고 있다.
일설(一說) 요즈음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일을 하기 싫어서 그렇단다. 몇 년 전 이태리 봄베이 베스비오스 화산 매몰 유적지에 갔을 때 그 입구에 누런 개들이 큰 몸집을 길고 편안하고 천연덕스럽게 길에 누워서 있기도 했다. 관광객이 던져준 커다란 빵조각을 입에 물고 왔다갔다하는 개들이 수두룩하게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개 주인들이 관광 올 때 차에 태워 같이 데리고 와서는 버리고 간 개들이라고 한다.
귀여운 강아지 때에는 실컷 사랑하고 키우다 실증이 나고 귀찮어지면 관광을 와서 슬그머니 버리고 간다고 한다. 누워 있는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그들의 눈을 보면 마냥 체념을 한듯 불쌍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유기(遺棄)된 노숙개다. 같이 간 일행 중에 보신탕 애호가들이 농으로 '된장만 들고 오면 꺼리가 많네' 하고 말해서 한참을 웃었다.
개의 수명은 잘 해야 15년 정도, 우리도 전에 스피츠를 늙도록 키워보니 그 정도 산다. 사람을 키웠었더라면 보람이나 있었겠지만 정말 허망하기도 하다. 그들도 노망이 들기도 한다고 한다. 늙으니까 주인이 들어 와도 눈동자만 대굴대굴 굴리면서 들어 누운 채 꼼짝도 안한다.
이웃에 살던 나의 친구는 어렸을 때 '베리'라는 짧은 갈색 털에 귀가 늘어진 그 당시로는 멋쟁이 개였던 포인터를 여러 해 동안 키우다 늙어서 이빨이 다 빠져서 죽었다. 형제들 끼리 울면서 네 다리를 묶어서 작대기에 끼워 떠메고 나가서 장사를 지냈는 데... 하필이면 개천가에 묻어 놔서 비만 오면 떠내려 가지나 않았나 하고 형제들이 노심초사를 하고 찾아가서 보곤 했는데 지금도 아련히 어린 날의 슬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가족같이 정이 든 그들의 죽음도 주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온 가족들의 마음속에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나가 버린다. 그래서 요즈음엔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정든 그들과의 예정된 이별과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젊은 여인들이 이 더운 여름날 애완견을 마치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 안듯이 소중하게 안고 나 다닌다. 한심 반 신기함 반으로 되돌아 서서 쳐다보면 길에서 만나서 서로 나누는 대화도 "얘는 어떻고 걔는 어떻냐는"등 마치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대화이다.
한참 아이를 낳고 힘들여 키워야 될 한창 나이에 아이 대신 강아지에 옷을 해 입히고 애지중지 방안에서 함께 키우고 있다니 정말로 웃기는 노릇이다.
(에그~~!! 애견가에게 혼날 이야기!)
예전 같으면 엄동설한이나 복중더위 속이나 집 밖에서 도둑이 오나 안 오나 집을 지키고 밥상에서 나오는 찌꺼기 음식을 먹으면서 주인을 위해 충견 노릇을 해야 했던 그들이다. 팔자가 뒤 바뀌어서 집안에 또 예쁜 제집을 가지고 단독 메뉴를 먹으면서 팔자가 늘어지게 편안하게 잘 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탄천에 데리고 나오는 개들은 하나같이 뒤우뚱뒤우뚱 뚱보 개다.)
다른 한편 애완견들이 병약한 환자나 치매노인들을 치료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준다니 그런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늙고 병도 들고 하니 완전한 기쁨만을 주는 존재들이 아님이 확실하다. 사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림으로서만 영원한 위로를 얻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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