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齋晩筆](1)
중국(中國)은 과연 대국(大國)인가?
심 영 보
나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고 얼마 안 된 1991년 여름에 한 달 남짓의 중국여행을 다녀와서
그 견문기 ‘얼핏 본 중국(中國)’에 열 꼭지의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편이 “중국(中國)은 역시 대국(大國)”이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 어느 땐가 우리는 중국사람을 보고 「때국놈」이라고 비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은 물론
「大國」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번의 첫 中國여행 동안에 이 나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인상이 새겨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인상 지워진 것은 中國은 역시 큰 나라구나 하는 점이다.
지리적으로 그리고 조형적으로도 大國이고 정신적으로 그리고 성격적으로도 큰 나라라는
인상을 수없이 받았다.
(중략, ‘대국’의 인상을 심어 준 여러 가지 사례를 열거한 부분)
그런가하면 중국인들의 도량 크고 아량 넓은, 그래서 느긋하다 못해 때로는 너무 느리다고 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정신적 또는 성격적 특성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중략, ‘여유만만하고 너그러운’ 성품을 짐작하게 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열거한 부분)
中國은 역시 大國이었다. 끝. ”
4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 내 나라의 자국안보 대응자세에 대한 저네들의 너무나 뜻밖인
여러 행태를 보면서 옛날에 썼던 이 글을 다시 꺼내 읽어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의 여성 대통령을 정중히 대하면서 밝게 웃던 후덕한 용모의 그 나라 지도자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데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입으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행동으로는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이중행동자였단 말인가?
국세가 그렇지 못하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권배격’을 외치던 이들이 G-2 운운 할 만큼 국력이
신장되고 나자 이제는 노골적으로 ‘패권추구’를 도모하는 것을 보니 왜 그렇게 옹졸하고 비겁해
보이는지...
반세기 전의 홍위병(紅衛兵)을 연상시키는 시위, 선동, 협박, 파괴, 그리고 그 이상의 갑(甲)질이
자행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망설여지고 혼란스럽다.
시류에서는 흔히 덩치 큰 아이가 저 보다 작은 아이의 손목을 까닭 없이 비틀거나, 지체 좀 높다고
저보다 수하인 이를 업신여겨 보고 마구 행패를 부리거나, 돈 좀 있다고 가난한 이의 재물을 함부로
다루거나, 완력을 가졌다고 무방비한 자를 겁박 지르는 행태를 저지르면 그런 자를 일러 “소인배
(小人輩)”라고 하거늘, 나라 간에도 대국(大國)과 소국(小國)이 따로 있을 게 분명한데, 내가 여태껏
보아 온 대국(大國)은 헛것을 보았던 것이 아닌가하여 새삼 낯이 뜨거워진다.
중국(中國)은 과연 대국(大國) 인가?
어느 역사가는 “人間(國家)은 ‘그가 大人(大國)이던 중에 저지른’ 오만(傲慢)을 반드시 신(神)의
징벌로써 보상 받는다.” 그리고 “이런 인류의 역사는 영원히 반복되어 왔다”고 갈파한바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