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齋晩筆](3)
<新>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면
심 영 보
[Then] <“미국견문기”(1977년)의 ‘유붕이 자원방래면’에서 발췌>
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어느 동료 경험자가 이런 귀띔을 해주었다.
“옛날에 친했던 친구라고 당신을 꼭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말고 반대로 전에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라고 해서 소홀하게 대해
줄 거라고 지레 짐작하지도 말라”고.
(...) 실제로, 평소에 덤덤하게 알고 지냈던 대학 친구나 고등학교 동창생이
그들의 가족을 모두 동원해 가면서 나의 관광안내를 도맡아 준다거나 그의
부인이 생면부지의 내 아내에게 여행 선물을 사서 들려준다거나 또는 자기의
할일까지도 뒤로 제쳐놓고 나를 도와주려고 동분서주 애를 쓴다거나 하여
나를 놀라게 해준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로 내가 이 친구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돌아가면 그가 두고두고 나를 원망할 것이다 싶어서 일부러 스케줄을
잡아 찾아간 그 옛날의 절친했던 친구가 뜻밖에도 방문객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빛이 완연하도록 섭섭하게 대해 주어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 예 컨데 시내에 나가는 길의 친구에게 내일 치 메이저리그 야구장
입장권을 한 장 사다달라고 부탁했더니 입석조차 매진이어서 못 샀노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 우연히 다른 친구와 그곳을 지나치다가 표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보니 좌석은 반 남짓밖에 차있지 않았던 일이며, 관광
유람선을 타보고 싶어 도선장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자 7~8년을 그 시에서
살아온 그가 그 위치를 모른다는 등의 핑계로 자꾸 기피하다가 내 고집에 못
이겨 함께 물어서(?) 찾아간 곳이 그 시의 한복판 번화가의 일우였고, 거기서
나만을 댕그러니 떨궈 놓고 아내의 가사를 거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 버린 일... 등이니,
(...)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낙호)아,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도’ 즐겁지 않은 친구가 있고, ‘벗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 노여운 친구도 있는걸 보면 孔子의 말씀도 풍류와
인정의 변천에 따라 그 진가가 퇴색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And Now] <훗날(2009년) 대학동창회 홈피에 이 글을 다시 싣고 나서>
O 어느 재미(在美) 후배의 댓글 (2009-12-15) <발췌>
저는 고국을 1966년에 떠났으니 그곳에 산 것보다 이쪽에 산 세월이 더
깁니다. (...)
모두들 살기 바쁘고 10년 또는 30년 이상을 살아도 살고 있는 근방을
구경 다니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 친구 분도 모르셨을 수도 있으셨을 겁니다. (...)
야구장도 관광유람선도 그 분이 가 보신 적이 없으셨을 지도 모르고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말씀 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저라면 모르면 솔직하게 모르지만 함께 알아보자고 말했을 겁니다. (...)
그렇지 않은 분들이 생각 보다 무척 많은걸 보고 놀랐습니다. (...)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몰랐던 그 분을 용서 하시고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
O 필자의 답글 (2009-12-18) <발췌>
* 30여 년 전에 '미국구경'을 다녀와서 졸필 [미국 견문기]를 40 꼭지 가량
썼을 때가 내 나이 이제 막 불혹(不惑)에 들어섰을 때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직선적이고 과격했었답니다.
* 그때 쓴 글 40여 편 중에서 아직도 나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은 어쩌면 이 꼭지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답니다. (...)
* 새삼스레 후배님의 충고를 듣고 보니 ‘아직도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만일 그 때 내가 이 글의 그 부분을 그렇게 도드라지게 쓰지 않았거나,
또는 그 이후에라도 보다 둥글게 다듬었다면, 그 때부터 나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아 왔을 터인데 말입니다.
용서를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
<新>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면
심 영 보
[Then] <“미국견문기”(1977년)의 ‘유붕이 자원방래면’에서 발췌>
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어느 동료 경험자가 이런 귀띔을 해주었다.
“옛날에 친했던 친구라고 당신을 꼭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말고 반대로 전에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라고 해서 소홀하게 대해
줄 거라고 지레 짐작하지도 말라”고.
(...) 실제로, 평소에 덤덤하게 알고 지냈던 대학 친구나 고등학교 동창생이
그들의 가족을 모두 동원해 가면서 나의 관광안내를 도맡아 준다거나 그의
부인이 생면부지의 내 아내에게 여행 선물을 사서 들려준다거나 또는 자기의
할일까지도 뒤로 제쳐놓고 나를 도와주려고 동분서주 애를 쓴다거나 하여
나를 놀라게 해준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로 내가 이 친구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돌아가면 그가 두고두고 나를 원망할 것이다 싶어서 일부러 스케줄을
잡아 찾아간 그 옛날의 절친했던 친구가 뜻밖에도 방문객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빛이 완연하도록 섭섭하게 대해 주어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 예 컨데 시내에 나가는 길의 친구에게 내일 치 메이저리그 야구장
입장권을 한 장 사다달라고 부탁했더니 입석조차 매진이어서 못 샀노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 우연히 다른 친구와 그곳을 지나치다가 표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보니 좌석은 반 남짓밖에 차있지 않았던 일이며, 관광
유람선을 타보고 싶어 도선장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자 7~8년을 그 시에서
살아온 그가 그 위치를 모른다는 등의 핑계로 자꾸 기피하다가 내 고집에 못
이겨 함께 물어서(?) 찾아간 곳이 그 시의 한복판 번화가의 일우였고, 거기서
나만을 댕그러니 떨궈 놓고 아내의 가사를 거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 버린 일... 등이니,
(...)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낙호)아,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도’ 즐겁지 않은 친구가 있고, ‘벗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 노여운 친구도 있는걸 보면 孔子의 말씀도 풍류와
인정의 변천에 따라 그 진가가 퇴색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And Now] <훗날(2009년) 대학동창회 홈피에 이 글을 다시 싣고 나서>
O 어느 재미(在美) 후배의 댓글 (2009-12-15) <발췌>
저는 고국을 1966년에 떠났으니 그곳에 산 것보다 이쪽에 산 세월이 더
깁니다. (...)
모두들 살기 바쁘고 10년 또는 30년 이상을 살아도 살고 있는 근방을
구경 다니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 친구 분도 모르셨을 수도 있으셨을 겁니다. (...)
야구장도 관광유람선도 그 분이 가 보신 적이 없으셨을 지도 모르고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말씀 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저라면 모르면 솔직하게 모르지만 함께 알아보자고 말했을 겁니다. (...)
그렇지 않은 분들이 생각 보다 무척 많은걸 보고 놀랐습니다. (...)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몰랐던 그 분을 용서 하시고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
O 필자의 답글 (2009-12-18) <발췌>
* 30여 년 전에 '미국구경'을 다녀와서 졸필 [미국 견문기]를 40 꼭지 가량
썼을 때가 내 나이 이제 막 불혹(不惑)에 들어섰을 때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직선적이고 과격했었답니다.
* 그때 쓴 글 40여 편 중에서 아직도 나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은 어쩌면 이 꼭지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답니다. (...)
* 새삼스레 후배님의 충고를 듣고 보니 ‘아직도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만일 그 때 내가 이 글의 그 부분을 그렇게 도드라지게 쓰지 않았거나,
또는 그 이후에라도 보다 둥글게 다듬었다면, 그 때부터 나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아 왔을 터인데 말입니다.
용서를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