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 천양희

by 김 혁 posted May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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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항률화백


        + 허기 / 천양희

        너와 둘이 있을 때 외롭지 않으려고
        나는 너를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았다.
        갈 데 없는 마음이 오늘은 혼자 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더 덤빈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어본다. 밥을 먹고 돌아서도
        허기가 진다. 허기가 지면 나는 우울에 빠진다.
        어느 땐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


        + 하루 / 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 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 화석 / 천양희

        내 가슴에 네가 피어날 때
        아이 웃음 같은 앵초꽃 핀다.
        내 눈에 네 눈동자 박힐 때
        함박 웃음 같은 갈대꽃 핀다.
        꽃 꺽어들 듯 널 꺽어들고
        만년설 속에 앉아 있으면
        난 천 년 묵은 화석 되리.


        + 비오는 날 / 천양희

        플라타너스 잎새 끝의 빗방울
        나는 조바심을 한다
        내 후회는 두텁고 무겁다
        플라타너스 잎새 끝의 물방울, 조바심을 한다
        내 눈썹 끝의 물방울

        벌써 수위가 넘었군.

        올린이/雲鈺님



                                                                  When You Wish Upon a Star - Olivia Newton 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