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는듯한 더위가 쏟아지는 빗줄기에 쫓겨서... 청초 이용분 쏟아지는 빗줄기에 쫓겨서 찌는 듯한 더위가 주춤하자 한 여름날 하루살이라도 잡아서 요기를 하려는지 탄천 위에는 노란 보리 잠자리 떼가 나타났다. 온 개울 물위에 제 가끔 분주하게 오르내리며 무리를 져서 날고 있다. 이 잠자리는 여름이 무르익어 갈 무렵이면 때 맞춰 나타나는 잠자리다. 어느 듯 나무 그늘에서는 매미들이 이제는 저희들이 노래할 차례라는 듯 신명나게 한여름을 구가한다. 이에 뒤질세라 풀숲의 귀뚜라미도 찌릿찌릿 짧은 음과 구슬픈 음색으로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다. 열대야 탓인지 밤이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가를 대동하고 강아지까지 이끌고 탄천으로 향한 피서 행렬이 마치 우리가 무더운 여름날 겪었던 6.25 때 피난 행렬처럼 끝이 없다. 두꺼운 나무 널판을 엮어서 만든 가교 난간에 앉아서 개울 중간을 스쳐지나 가는 바람을 쐬는 시원한 기분이란 겪어 보지 않고는 말을 할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른 저녁을 먹고 더위를 피해 골목 길 가운데에 돗자리를 펴고 한 옆에 모기를 쫓는 덜 마른 풀로 연기를 피워 놓는다. 이웃 집 어머니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부채로 부쳐서 모기를 쫓으며 이런 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머니의 넓은 치마폭 속에 몸을 파묻는다. 밤이 이슥하도록 밤하늘의 은하수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과 북극성도 찾아본다. 운이 좋은 날에는 긴 꼬리를 달고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며 막연한 행복감과 안도감에 젖곤 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 그래서 이웃에 대한 친밀도도 자연스레 높아져서 지금도 그 어르신들이 생각나기도 하건만 ... 이제는 모든 게 세련되고 편리하고 살기는 너무 좋아졌지만 심하면 바로 앞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도 모를 개인 위주의 세상이 되었다. 이제 웬만한 시골이 아니면 뿌연 안개 같은 스모그와 휘황한 야간 조명등 때문에 밤에 북두칠성을 찾아보기란 여간한 행운이 아니면 볼수가 없다. 화려한 빛을 내며 명멸하는 네온사인 불빛에 현혹되고 바쁜 일상속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묻혀서 이제 그 별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혀져 가는 것 같다. 여름 날 시원한 빗줄기 끝에 해 볕이 내려 비치면 하늘 한편에 화려하게 나타나면 일곱 빛깔의 무지개에 선녀가 타고 올라가는가? 하고 환상에 젖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 중에 하나다. 해가 나왔다 비가 오다 하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들 하곤 했는데.... 이젠 오직 미술 교과서 속에 일곱 빛깔의 원색으로 기억될 뿐이다. 외진 시골로 조금만 나가면 쉽게 볼수 있었던 개똥벌레 반딧불이도 이제는 일부러 서식지를 찾아 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는 희귀 곤충이 되었다. 요즈음 커 가는 우리들의 아이들은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동경하기도 하고 무한하게 느껴지던 우주와 한 여름 밤의 신비와 여유로운 낭만도 다 잊혀 져 가는 옛 이야기가 되어 가는 것만 같아 마음 한편이 안타깝기도 하고 씁쓰름하기도 하다. 05년 7월 29일 |
김혁동기님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드리고 지하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최근 우리 7회 홈페이지가 글을 싣지 않은 채 표류 상태에 있습니다.
주인이 안사는 집에 비가 새고 문짝이 떨어져 매달려 있는 형국이라서
최소한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 되지 않을까...
며칠전 들어 와서 보니 최근 올린글과 사진등이 다수 틀이 깨져 없어진
현상이 나타나서 우선 급한대로 지난 글이지만 제 글을 올려 놓았습니다.
다행히 다시 원 상태로 복구 되기는 했지만...
모든 사대부고 후배님들이 우리 7회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선망의 눈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실겁니다.
천하부고를 있게 한 장본인들이 우리들 아닙니까?
그렇한 우리 7회 홈페이지가 황폐해가는 걸 좌시해서는 안되겠지요.
모든 동기님들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여
우리들의 창문인 이 공간을 잘 지켜나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청초 이용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