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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頭山 天池 紀行  2題
                                                             심   영   보

○ 북파(北坡)코스 기행[1991년]

  연길을 출발해서 長白山(白頭山의 중국 쪽 명칭)의 입구도시인 이도백하(二道白河)에 이르기까지의 6시간 버스길은, 하늘이 우리 일행에게 천지(天池)를 볼 수 있는 일기를 용납할지에 대한 걱정과 잠재된 환희가 엇갈려 긴장을 풀지 못한 여로였다.
  산행 버스길이 포장이 되었건 말건, 그리고 창밖에 스치는 조선족마을의 농촌풍경이나 장날 모습도, 누추한 조선족 냉면포의 개고기찜 점심 맛도 눈여겨 챙길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이런 산 구석에 이만한 크기의 제법 번듯한 도시가 있나 싶게 분망한 이도백하의 원목산업현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우리가 묵을 예정인 그곳의 미인송호텔에는 들르지도 않은 채 곧바로 다시 1 시간 길의 장백산관리소로 향했고 거기에서 백두산 등정이 가능한 날씨라는 말을 듣고서야 모두들 안도하면서 이제 한시라도 빨리 산에 오르기를 조바심 하였다.
  다시 30분간의 버스길, 그리고 마지막 30분간의 구절양장 가파른 찝차 길.
간간히 이름 모를 고산 꽃무리가 드문드문 눈에 띌 뿐 나무 한그루 없는 민대 머리 용암석 자갈모래 벌판에 찝차를 내린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앞 다투어 1백여m 남은 나머지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천문봉(天文峰) 정상능선에 오른 일행은 가쁜 숨을 가눌 겨를도 없이 일제히 감격에 찬 탄성부터 질렀다.

  오- 백두산 천지!
  눈앞에 전개되는 넓고 넓은 호수-.

  한반도 최고봉의 위용이라도 떨치듯 위엄 있게 에워싼 16개의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거기 天池는 우리에게 그의 성스러운 용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살짝 흐린 날씨 때문에 수면에 산 그림자가 투영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天池 물빛은 마치 손을 담그면 곧 푸른 물감이라도 들듯이 더 짙푸른 청람색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못 지(池)자 天池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리고 湖水라는 표현이 더 그럴듯하게, 무려 3백만 평(9.8평방km)나 되는 넓디넓은 수면... 제일 깊은 곳은 3백12 m 가 넘는다는 수심, 그리고 한쪽 기슭으로 물이 끊임없이 콸콸 넘쳐흘러 장백폭포(長白瀑布)를 이루고 다시 송화강(松花江) 물줄기를 대는 수량...
  아니 그보다도 해발 2천7백44m나 되는 산꼭대기에 이렇게 큰 호수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현지 가이드는 손가락을 뻗으며 이쪽 기슭에서 저쪽 언덕까지의 동남쪽이 北韓 영토이고 그 서북쪽이 中國領이라고 일러 주었다. 문득 우리가 지금 생소한 이름의 중국령 長白山에 올라있음을 일깨워 준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익히 배우고 알고 있었던 白頭山.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외우던 白頭山. 영토의 분단 때문에 가볼 수 없기에 더 한스럽게 가보고 싶었던 白頭山. 몇 해 전부터 재미동포를 통해서 우리에게 공개되면서 더 절절히 보고 싶어졌던 白頭山.
  이 한을 푼 하산 길에서 延吉의 K교수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다시 떠올라 가슴을 찔렀다.
  “여러분들이 중국에 오신 것은 어쩌면 백두산 구경이 더 큰 목적이고 학회참석은 그 다음이 아닙니까?”
  딴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했었다.
  이제 하루 빨리 내 땅을 밟고 와서 이산에 오를 날이 오기를 속으로 빌었다.


○ 서파(西坡)코스 기행 [2007년]

   O  아 ---   백두산 천지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한국 사람이면 누구 던지 평생토록 수도 없이 반복해서 불러 온 애국가 가사 1절이다.   우리는 지난 수  십년 동안 [백두산(白頭山)]이 우리 겨레의 시조 단군(檀君)이 탄강하신 “민족 기원의 성지(聖地)”요  “민족의 영산(靈山)” 임을  이 노래 가사를 통해 익혀 왔던 터이다.
   나는 이미 10 여 년 전에도 한번 가 봤었지만 (그때는 연길-용정-북파 北坡 코스) 그때의 감격과 환희를 꿈에서 조차 잊을 수 없던 차에, 요즘에 와서 <고구려 유적지인 집안 集安과 환인 桓仁을 포함하는 새로운 백두산 서파 西坡코스>가 또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좀이 쑤셔서 견딜 수 가 없었다.
   이런 정을 알게 된 몇몇 동료와 선후배님들이 호응하는 바람에 12명의 [행림가족 백두산 탐방 팀]이 꾸며 졌는데  모이고 보니 남녀 의사가 각 4명이고 그분들 가족이 또한 4명 이었다.
   백두산 서파코스 등정에서 가장 힘들다는 곳은 화강암으로 잘 다듬어 놓은 1236개 계단의 마지막 완만한 언덕길이다.   그러나 8순 전후의 연로하신 일행 몇 분이 계단코스 중 일부에서 가마의 도움을 받았을 뿐 대부분의 팀원들은 쉬엄쉬엄 걸어서 50분쯤 걸리는 언덕길을 무난히 올라갔다.

   고진감래(苦盡甘來) !
   계단 길을 올라 산마루에 이르자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천지(天池) -- !
   이 천지를 병풍처럼 둘러 안은 위용 당당한 16개의 고산준봉(高山峻峰) !
   눈과 얼음에 덮인 천지를 스치고 불어올라 와 가슴 깊이 스며드는 상쾌한 바람 !   그리고
   이 백두산의 산세와 천지의 용자에서 뿜어 나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향긋한 내음 !  
아니 그보다도
   거기 어디에선가 단군성조의 환영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즐거운 환상 !
   여기까지 오르느라 종아리가 다소 뻐근해 졌건 말건, 잠시 가마의 덕을 입고 올랐건 그냥 올랐건 그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이런 산행의 고난은 오직 백두산 천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더 큰 성취의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아마 우리가 오른 거기 서파코스 산마루의 “5호 국경경계비” 옆에 <... 노래 부르기, 예배하기, 깃발 흔들기, 현수막 내걸기... > 등을 금지하는 경고문 간판이  서 있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거기서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나는 이미 지난날의 북파코스 등정 때에 그걸 경험했고 (그때 거기엔 경고판이 없었음) 그때의 일행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일제히 감격에 겨운 애국가와 “대한민국 만세”를 목청 높여 불렀었다.
   그새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이네, 개성이네, 평양이네 하면서 내나라 북녘 땅의 흙을 밟아 보았다고 하지만, 새삼스레 이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 마루에서 경비병도 없고 국경철책도 없는 국경선(국경경계비) 저쪽의 “내 땅”을 슬쩍 밟아보고 거닐어보는 스릴은 또 다른 추억꺼리로 남게 되었다.
  
    O  천지(天池)는 칼데라 호수
   잘 알려진 것처럼 백두산 “천지”는,  한라산의 백록담과 함께 우리 땅에 둘밖에 없는 칼데라 호수(Caldera/화산 분화구에 생긴 호수)다.
   남북 지름이 4.85 km, 동서 지름이 3.35 km, 호수 둘레가 13 km 이고, 호수면 면적은 9.8 평방 km (약 3백만 평) 이며, 호수면의 해발 높이는 2194m 라고 알려져 있다.  평균 깊이는 204m 이고 가장 깊은 곳은 312m 이상 이란다.
   천지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여태까지 알려져 왔는데 근년에 북한에서 산천어를 시험방류하고 관찰중이라고 하며, 또한 마치 스코틀랜드의 <네스호 괴물>처럼 규명되지 않은 <천지 괴물>이 상당히 증거 있게 목격되거나 사진에 잡힌 적이 있어서 이 역시 두 나라에서 예의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호수의 물은 천지를 둘러 싼 원형의 산줄기가 토끼의 입술(harelip)처럼 살짝 낮게 갈라진 곳인 달문(達門)을 통해서 북쪽으로 넘쳐흘러 높이 68m의 장백폭포(長白瀑布)를 이루고 이 물이 다시 송화강(松花江)에 이어진다.  천지 언저리 두 군데에서 온천물이 솟아나는 것 외에도 외곽 산기슭에는 곳곳에서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고 (백암, 백두, 장백, 제운 온천 등), 압록강의 원류가 되는 계곡 물줄기, 제자하(梯子河), 금강대협곡(錦江大峽谷) 등의 하천과 계곡이 도처에 널려있다.
   장백산맥의 주봉 이랄 수 있는 이 [백두산]을 이제는 천지의 수면 한복판에서 딱 반반씩으로 갈라 중국과 북한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어서,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16개의 봉우리 중에서 북한 영역에 있는 제일 높은 봉우리 장군봉(병사봉, 백두봉 / 2744m/ 북한에서는 2749m라고 주장)을 북한에서는 “백두산”이라 부르고, 중국에서는 중국 영역에 있는 백운봉(2691m)을 “장백산( 長白山/창바이산)”이라 부르고 있다.   이 모두를 아울러서 하나의 이름 [백두산]으로 부르던 산을 지금은 두 개의 이름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는 사연이다.
   기록에 의하면 백두산은 가장 최근으로는 1597년, 1668년, 1702년에 각각 폭발한 적이 있어서 현재로서는 휴화산(休火山)이라지만 언제 다시 화산활동을 재개할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산꼭대기와 둘레의 마루턱에는 지금도 흰색의 화산석 부석(浮石)이 여기저기 덮여있어 백두산(白頭山)의 이름 유래와 활화산이었던 과거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O  고산화원(高山花園)과 금강대협곡(錦江大峽谷)
   백두산 일대가 모두 원시생태계보존지구여서 고도가 낮은 평원지대에는 온갖 삼림이 매우 울창하게 들어서 있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해발 2000m이상의 높은 고원지대에는 거기 어울리는 꽃밭들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꽃밭에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고산화가 차례로 핀다는데, 서파코스의 완만한 버스 산행 길에서 우리가 목도한 6월 상순의 고산화원 꽃들은 나지막한 키의 노란색 꽃 “두견화” 일색이었다.
   그밖에 서파코스 하산 길에서 만난 금강대협곡은 그들이 <중국의 그랜드 캐년> 이라고 자랑하는 전장 12 km, 폭 100~200m, 깊이 70m 의 대협곡이었다.  지각의 융기와 편차침식으로 형성된 각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계곡 그리고 수목들은 조물주가 과연 천혜의 넓은 땅위에 관광자원 까지 푸짐하게 얹어 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속절없이 잃어버린 연길, 도문, 용정, 화룡 등과 통화, 집안, 환인 등의 간도(間島) 땅에 대한 아쉬움도 말할 수 없이 큰데, 더구나 북중(北中)국경협정(1964년) 이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내 땅 이었을 이곳 백두산 서파언덕과 화원, 대협곡을 남의 땅 인양 돌아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심정을 우리끼리 말고 누가 또 이해할 수 있을까 ?
  
   O   노익장(老益壯)의 선배님들
   여러분의 선배 의사 분들이 함께하신 이번 여행은 우리 내외를 비롯한 연약(年若)한 후배들에게 귀중한 교훈과 용기를 안겨 주었다.
   8순 전후의 선배 선생님들이 보여주신 의욕 넘치고 노익장하신 체력관리 모습은 이제 겨우(?) 7순 남짓인 우리 내외나 또래 일행에게도 잘만하면 앞으로 10년은 더 저 분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여생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었으니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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