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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00:01

가을채비

조회 수 1241 추천 수 1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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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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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채비                     청초 이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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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의 수례바퀴가 순환의 방향을 잊은 듯 시도 때도 없이 쏟아 붓는 비는
    가을을 넘어서 겨울을 재촉하는 듯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은 이제 변하는 이 계절에 순응하여 겨울채비에
    들어 갈 것이다. 야생 곰은 여름과 가을에 걸쳐 온갖 먹이를 찾아 먹어 몸에 지방
    을 축적하고 낙엽을 잔뜩 긁어모아 따뜻하게 마련한 동굴에 들어가 동면을 시작
    한다.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북극곰 다람쥐 뱀 고슴도치 벌레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이런 생태를 갖고 있기도 하다.

    산과 들의 곡식들은 그 열매를 영글게 하여 풍성한 먹이를 동물들에게 제공한다.
    다른 생물들에 먹여서 씨앗을 보다 멀리 퍼뜨리고자 하는 숨은 뜻이 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다.

    사람도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농사를 지어 가을에 영근 곡식을 곡간에 저장
    을 하여 겨우내 먹고 지내려고 서서히 겨울채비를 시작하는 계절이 바로 요즈음이다.
    올해는 기후도 불순하고 너무나 많은 비가 쏟아져 밭에 키우는 야채류들이
    모두 물크러져 녹아 버리고 썩었다고 한다. 그 여파로 배추 무 상추등이 야채류가
    너무 비싸지고 물가도 덩달아 오르니 주부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동안은 얇은 차렵이불을 덮었다. 조금 쌀쌀한 기운이 돌기에 그 위에 하이론
    이불을 덧덮고 지내다가 오늘은 벼르던 솜이불을 꿰맸다. 그러나 이 솜이불을
    만들려고 보니 홑청에 풀도 먹여야 되고 그게 마른 다음 물을 뿌리고 잘 밟아서
    주름을 펴야만 된다.

    예전 같으면 잘 밟은 다음 다듬잇돌에 방망이로 여러 번 두드려서 반질반질 판판
    해지면 다시 말린다. 다시 걷어서 뻣뻣하게 마른 홑청을 다듬잇돌에 가볍게 팡팡
    두드리면 부드러워져서 이를 실로 꿰매면 되었다. 이제 아파트에 살게 되니 다듬
    잇돌이 있어도 두드릴 수가 없으니 다리미로 다려야만 된다. 그게 생각보다 거역
    스럽다.

    그나마도 모두들 솜이불을 꿰매며 살기는 하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 화학솜으로
    만든 이불로 바꾸어 더 이상 풀 먹이고 두드리고 다리고 꿰맬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냥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고 '휙' 탈수해서 말려 덮으면 그만이다. 아직까지
    꿰매는 면 솜 이불을 고집하고 있다면 그건 전근대적이고 편리와 현실을 외면한
    망발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 어떤 친구가 마침 전화가 왔기에 넌즛이 물어 보았다. '너는 요즈음 솜 이불
    꿰매 덮고 지내니, 어떻니?' 했더니 총알 처럼 '요새 백화점에 가면 예쁜 이불이
    비싸지도 않게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니? 그걸 덮다가 세탁기
    에 빨고 탈수하면 되는 데 웬 생고생이니?'

    그러나 그건 이솦 우화에 나오는 신 포도와 여우 이야기나 비슷하다. 두꺼운 면
    이불은 통째로 세탁을 하고 말려 덮을 수는 없다. 너무나 가벼워 겉도는 화학
    이불솜 보다 면솜은 조금은 묵직하고 잠잘 동안 알게 모르게 나오는 땀을 흡수
    하여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틀림없다. 그러기에 몸에 닿는 속옷은 모두
    순면으로 된 옷을 입는 건 상식으로 되어 있지 않는가.

    오렌지색 유똥 겉 헌겁을 붙여 이불을 꿰매면서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 생각으로
    잠겨 본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이불 기장도 짧고 폭도 좁아 쉬웠다.
    세 아이들이 점점 커가니 특히 가을이면 그에 맞춰서 이불도 더  크게 만들고
    솜도 필요하면 더 사서 보태어 만들어야만 되었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에는 봄여름 계절이 바뀔때 마다 그를 손으로 빨아서 풀 먹이
    고 꿰매고 나면 힘도 들고 허리가 너무 아팠다. 그래도 커가는 아이들이 보송보송
    깨끗한 이불을 덮고 편안하게 잠든 모습을 보면 낮에 힘들었던 생각은 저만치
    물러가고 이 세상의 모든 보물을 얻은듯이 보람차고 기뻤다.

    한 세대 아래인 딸아이는 겨울 이불은 어찌하고 있을까. 딸은 어찌 지내나 슬며시
    물어 보았더니 딸도 이불을 꿰매어 덮는단다. 그 애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
    활을 두어 해 하고는 신랑 따라 프랑스 유학을 하였었다. 집에서 내가 낮 동안
    이불을 꿰매는 걸 본적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불을 꿰맨단다.
    뜻밖이다. 게다가 솜을 말려서 틀어야 된다며 한술 더 뜬다.
    나는 할머니가 이불 꿰매시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 애도 어느 새 보아 두었던
    것일까...

    십 몇 년 전만 해도 동네에 옥상에 이불솜 타는 기계를 설치하고 노인 두내외가
    소일 삼아 하는 솜틀집이 있었다. 그 바깥노인은 묵묵하니 솜을 타는 일을 하고
    안 노인은 자상하고 얌전한 손길로 정성스레 솜을 손질 해 주던 솜틀집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서도 그런 솜틀집을 찾기는 힘들다. 이따금 아파트 벨을 누르
    고 솜을 타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긴 하다. 그런 곳에 맡기면 자기가 맡긴 좋은
    솜이 아닌 엉뚱한 솜을 갖다 주는 일이 있다면서 맡기기를 꺼려했지만 요즈음
    들어서는 그런 사람조차도 없다.

    요즈음 여자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피하다 보니 다듬고 꿰매서 만드는 솜이불은 안덮는다고 모두 다잡아 생각 했다. 물밑으로 흐르고 있는 진실의 실체를 모르고 한 얘기다. 그런데 당장 나의 딸이 그리하며 살고 있지 아니한가.
    나만의 속단으로 세상을 보는 일방적인 판단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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