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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원의(開院醫)의 보람과 갈등(상)
                                                                   심   영   보

○ 머 리 말

   ‘개원의(開院醫)’란 의사 본인이 소규모 의료기관인 ‘의원(醫院)’을 직접 개설 운영하면서 스스로 환자진료도 담당하는 그런 의사를 말한다.
   이 어휘는 지난 1980년대 초 까지도 ‘개업의(開業醫)’라고 부르던 것으로, 그 범위가 좀 애매한 점은 있지만 기성 의사의 절대다수가 이 직역에 포함되어 있고, 또 지금은 다른 직역에서 종사하고 있는 중이더라도 (봉직의, 교직의, 공직의, 군의, 공중보건의, 수련의... 등) 언젠가는 ‘개원의‘를 종착역으로 삼게 되는 경우가 절대다수로 많아서 그대로 ’의사‘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의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라는 직역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너무도 소홀 했던 게 사실이다.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의원’을 차리고 있는 의사”, “돈을 상당히 잘 벌수 있는 의사”... 등 실상과 허상이 모두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보다 깊이 드려다 보면 ‘개원의’가 안고 있는 보람과 갈등은 훨씬 광범위하고 또 심각하다.

○ 보 람 을 찾 아 서

   (1) 인술(仁術)과 봉사(奉仕)의 의미

   이 세상 직업 중에서 가장 많은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의사 직업 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일반인들이 “의사 (또는 개원의)”라는 단어와 “인술 (또는 봉사)”이라는 단어가 동의어인줄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이고 실제로도 의사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의술로써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인술’이니 ‘봉사’니 하는 개념이 이제는 크게 변해서, 옛날처럼 가난한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 준다거나, 사고무친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찾아가 의술을 베풀어 주는 일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국민 누구에게나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그 밖에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의료보호, 의료부조 제도로 해서 국민 건강의 기초적 요건이 충족되고 있는 지금, 그리고 다분히 사회주의적 이념이 충만한 이런 제도가 의사로 하여금 인술의 의기(義氣)를 발휘할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이 환경에서, 여태껏 인식해 오던 고전적 의미의 [인술]은 수정 될 수밖에 없다.

   없는 이로 부터는 진료비를 안 받거나 덜 받고 있는 이로 부터는 더 받아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면서 병의원도 유지하고 싶지만 오늘날의 제도는 그걸 허용하지도 않을뿐더러 개원의들이 그렇게 마음먹을 수 있도록 힘을 축적할 틈도 주지 않고 있다.
   신시대의 ‘인술’은 “외롭고, 가난하고, 늙고, 병든 이 들을 긍휼히(矜恤/ 가엽게) 여기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베품”이라고 보다 소박하게 마음속에 새기고 여기에서 개원의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양심(良心)과 명예(名譽)를 걸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매우 타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단시간에 만나는 환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이 의사의 진료행위에 “그는 양심적인가?”, “의사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지는 않는가?” ... 등의 잣대를 대어보면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양심적인 진료’란 어떤 것인가?
   진료의 모든 과정 즉 진찰, 검사, 진단, 치료, 이송 의 마디마디에서 의사는 무수히 많은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
     * 이 검사를 더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약물치료를 할까, 수술치료를 할까?
     *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할까, 말까? ... 등 등
   이때의 기준은 오직 하나 ‘이 환자가 내 가족(부모, 형제, 자녀...) 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양심적인 판단이요 진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것을 목표로 하고 진료한다면 이 보다 더 당당하고 보람찬 진료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명예로운 진료’는 어떤 것인가?
   개원의는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 이외에도 그 진료행위가 있기까지의 앞뒤에 수없이 많은 부대행위들이 있다. 진료장소를 마련하고 꾸미고 이를 널리 알리고 진료 관련 비용들을 결정하고 입원, 외래의 진료절차와 내규를 정하고 의사의 양식 수준을 유지하고 이웃 동료의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일이 그것이다.

   이토록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개원의는 자칫 스스로의 명예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웃 의사 나아가서는 모든 의사의 명예를 한꺼번에 훼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나의 행동과 판단을 이웃 동료들에게도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수준으로 지키고, 내가 진료하는 환자를 단순한 고객이나 돈벌이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류애(人類愛)로서 대하고 아낀다면 나와 이웃 의사 모두의 명예는 지켜질 것이다.
   사안에 따라 어려운 고비는 많지만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이런 양심과 명예를 지킴으로써 의사생활의 보람을 키워가고 있다.

   (3) 안타까운 사회적 위상(位相)

   오늘날 개원의뿐만 아니라 의사 전체의 사회적 위상이 매우 낮아져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세기 이상 전에 엘리트의 희소가치와 신문명으로서의 첨단가치를 인정받던 지위에서, 희소가치의 붕궤와 문명의 보편화에 따른 위상재정립과정을 거쳐 연간 3500명 이상 배출이라는 최근의 의사양산시대에 이르러서는, 의사의 평균 질(質)의 하락과 과잉배출에 따른 과당경쟁 때문에 의사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흠집 내며 일부는 부정행위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의사의 사회적 위상은 엄청나게 추락하였다.
   이런 위상 추락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의사들 스스로가 만든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그리고 모든 사회악이 그렇듯이 소수의 미꾸라지가 전체의 물을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같이 의사가 이미 과다배출 되어 있는 위에 앞으로도 계속 연간 3500명 이상씩의 의사가 배출될 예정인 상황 하에서 의사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것은 의사가 직업으로부터 얻어야할 보람을 잠식하고 자신감과 긍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개선해 나갈 방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어쩌면 현상유지조차도 어려워 보인다.
   보람과 자부심을 기대하고 의사가 되었다면 그는 의사라는 직업, 특히 개원의라는 직역의 의사가 되는 문제를 재고하거나 또는 남다른 설계도를 작성해야 할런지 모른다.

   (4) 국민적 신뢰와 국가적 신임의 상실(喪失)

   의사가 국민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으며 국가로 부터는 어떤 신임을 받고 있는 집단인가는 전항의 ‘사회적 위상’과 표리의 관계에 있고 또 상호 영향적 이다.
   어쨌든 의사들은 국민으로부터 필요한 만큼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로 부터도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의사의 판단이나 충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드리려 하지 않아 병원(의사)을 쇼핑 다니는 것을 다반사로 하며 의사(병의원)가 제시한 진료비가 자기를 속이지 않았나를 의심하기 까지 한다. 이런 불신의 정도는 국민이 의사를 장사꾼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다. 게다가 정부는 의사와 의사집단을 집단이기주의의 화신인양 매도하기 일수 이고 모든 의료정책도 여기에 기초하여 집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렇듯 국민의 신뢰와 국가의 신임을 잃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의사 자신에게 있다. 크고 작은 탈법, 부정, 비리 행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비록 그 수는 아주 작아도 파급 영향은 크고 오래 가기 마련이다. 또 한편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제도적, 정책적 사안에서 의사(집단)가 자기(의사) 희생적, 국민 우선적, 국가 이익적 판단을 선택하는데 매우 인색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항들이 적지 않다.
   현행의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의료제도 전반이 의사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골격으로 꾸며져 있고 또 부정행위를 유혹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당국자들은 의사의 사소한 실수나 착오행위 조차도 침소봉대하여 큰 부정행위로 소문내고 있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근년에 이르러서 지나치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너도나도 손대고 있는 대체의학의 만연이 의사의 불신에 또 한몫 하고 있다.

   (5) 저당 잡힌 여가(餘暇)와 휴식

   개원의의 업무행위가 자유업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적으로는 전혀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로서의 시간조차도 매우 부족함을 의미한다.
   많은 의사들이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가지고 있어도 그들이 그들 본연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동안에는 휴식다운 휴식도, 어엿한 여가활동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일과 후나 주말이라고 쉽게 친구와 약속하거나 가족나들이를 예약하지도 못하고 여름 휴가철이라고 마음 놓고 가족동반 바캉스를 떠나지도 못한다.
   그런가 하면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스포츠 등 광범위한 취미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활동은 더욱 어렵고 단순한 관람, 감상의 기회조차도 제약을 받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이와 같은 취미활동이나 휴식에 생활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여할 때 이런 제약들은 다소나마 극복된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은 그들의 삭막하고 고단했던 개원의 시절로 부터 물러난 후에야 비로소 그동안 너무 쉬지도 못하고 취미생활도 제대로 못하며 정신없이 보냈음을 뉘우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때임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의업에 종사하는 현역기간 동안에도 진료생활 틈틈이 적절한 휴식과 여가시간을 확보하고 자기 분수에 넘치지 않을만한 취미활동을 개발하고 유지시켜 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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