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1.10 13:45

깨어진 유리창 현상

조회 수 702 추천 수 10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깨어진 유리창 현상                             청초 이용분


    오늘은 6개월마다 예약된 병원에 남편과 함께 혈압약을 타러 갔었다.
    분당에서 가기는 좀 먼 신촌 S대 병원이다. 화곡동에 살적에 다니던 병원인데
    지금은 멀어졌지만 바꾸지 않고 30여년간 여전하게 다니는 병원이다.

    마침 졸업시즌이라 그렇겠지만 지하철 역을 올라와서 Y대 가는 골목길을 가는데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걷고 있는지 원래 비좁은 보도 길인데 더욱 분비다.
    손에 손에 모두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았다. 오늘이 이 학교 졸업식인 모양이다.

    한적한 경기도 분당에서 살다가 온 촌로(?)인 우리는 어리둥절하다. 걷다 보니
    군데군데 건널목이 있다. 대학으로 들어 가는 찻길로 통한 좁은 골목길인데 용케도
    모두 신호등이 켜 있다.
    본길에 차가 꽉차 흐르니 골목길에서 나오는 차는 끼어 들 수 없는데 빨간 신호가 길다.

    사람도 못건너 가게 빨간 불이 오래 켜 있다. 이왕에 골목에서 나오는 차가 못끼어
    들어 갈바에야 사람이라도 건너 가게 할 일이지 수 많은 사람들이 선채 꼼작을
    못한다. 진료시간에 맞춰야 되는 급한 내 마음같아서는 그 몇m안되는 길을 펏덕
    건너 가 버렸으면 좋으련만...

    문득 유리창 효과가 생각난다. 어떤 빈집에 유리창 한장이 깨어져 있으면 그후로
    그집 유리창이 몽땅 깨어 지는 건 시간 문제이다. 그리고 영낙없이 그집 마당에는
    쓰레기 더미로 쌓이게 마련이다. 어디서 왔는지 헌 가구를 비롯 냉장고 깨어진 단지등...

    어디서 기다렸었다는 듯이 쌓이는 쓰레기 더미들 재개발 되어 가는 지역에 빈집에
    쌓이는 쓰레기를 나는 몇번인가를 본적이 있다.
    그러나 집을 짓고 새주인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진다.

    그런데 이건 정말 생각지도 않은 증상이다. 돌아 오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금새 무너질것 같은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신호를 지키며 묵묵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역시 대학가 골목이라서 그런가...

    양옆에 사람들이 주욱 건너편에도 주욱 사람들이 서 있으니 아무도 과감하게 길을
    건너려는 사람은 없다. 만약에 누군가가 용감하게 먼저 길을 건넜더라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간 모르는 사이 우리의 민도가 정말 높아졌구나...

    세계 중진국에 들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헛소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2010년 2월 23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