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일화(逸話)
심 영 보
O 서두에
나는 내가 끼인 어느 월례모임에서 세 분의 문인(文人) 벗에게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저)를 한 권씩 선물 한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오간 서신(이메일) 일부를 소개하려니까 아무래도 그 책을 간략하게라도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아 아래에 압축 합니다.
*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저, 임희근 역, 학고재 2007년간)
<‘다음’ 등의 책 소개 편집>
“......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오직 내 몸을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그의 부인인 도린에게 보낸 연서(戀書) “D에게 보낸
편지”.
이 책은 불치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을 출간한 것으로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 통의 편지로
이루어졌다.
“D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가는 80을 넘긴 노부부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애정 표현과 함께 작가 자신을 긍정의 세계로 이끌어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유명인사들과의 추억 그리고 58년간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했으며
사랑하는지, 투병중인 아내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을 고백한다.
결국 작가는 2007년 9월 22일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로 삶을 마감하였으며
자살하기 1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철학자 고르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으며
최고의 사랑이야기로 칭송받고 있다.
*저자: “앙드레 고르”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
1923년 빈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 때 스위스 로잔으로 갔다. 로잔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46년 사르트르를 만난 이후 실존주의와 현상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르트르는 그를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가했다.
1947년 도린과 만나 49년에 결혼했으며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여 년간 간호했다.
2007년 9월 22일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 했다.
O 내가 세 분 문인친구에게 보낸 메일
세 분 (芝O, O岩 그리고 동OO) 벗님 함께 보십시오.
*세 분에게 동시에 '메일 회신 빚'을 지고 있다는 핑계로 이번에도 '동시
회신'을 씁니다. 양해하여 주십시오.
*내가 "D에게 보낸 편지“ 책을 여러분에게 선물한 것은 그간의 나의 빚
일부라도 갚을 양으로 그런 것일 뿐인데, 역시 모든 분들이 '文人'들이시다
보니까 제 각각 무슨 '독후감' 숙제라도 받은 것처럼 날카로운 또는 엄숙한
'독후감' 또는 "평론"을 써서 보내 주시니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황송할
따름입니다.
보내주신 글들을 보니 역시 그 분야의 프로들이시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방점을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의견이 모두들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秋史의 글씨 한 폭' 또는 'Picasso의 그림 한 점'을 놓고서도 별별
의견이 다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예술작품이나 문예작품에 대한 감상은
다양하고 또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로 이번에 내 생각의 일부를 보여드린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그 책을
선물 하였습니다. 몇 해 전에 읽은 뒤 매우 감동적으로 읽었던 기억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신을 쓰려고 그 책을 다시 찾아서 그 때 밑줄 그어 두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어 봐도 그 감동은 여전 하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일부나마 여기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89쪽 입니다.)
“...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90쪽 입니다.) <끝 쪽>
“...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
*글쎄 이게 남의 순애보(純愛譜)라고만 넘기지 말고...
'나도 혹시 이런 한 때 또는 그렇게 생각했던 한 때가 있었던가?'를 회상해 보면
내가 얼마나 멋없는 세상을 살아왔나 하는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나
자신의 얘기...), 또 아니면,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품거나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한다면
'나는 얼마나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까요?
*요즘 우리 노년들에게 주는 인터넷 충고들 중에 '죽음'을 염두에 둔 명상을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소위 'Well Dying'에 대한
생각을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해오고 있으며 자료를 접하는 대로
스크랩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의 그 책도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접하게 된 것이고 또 여러분에게도
기회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나는 최근의 3~4년간 모 요양시설에 주 1회씩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천당행 열차 마지막 정거장의 손님들'을 다수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
그 때의 경험이 나를 더 그렇게 생각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우연한 경우였겠지만 이번 세 분의 독후감 중에서는 '동OO'님의 것이 나의
것과 가장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각필 하겠습니다.
며칠 후 만났을 때 아직 못 다한 얘기를 더 하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2/10/8 南 齋
*아래 사진은 앙드레 고르 부부가 '젊었을 때'와 '노후'의 두 모습 입니다.

심 영 보
O 서두에
나는 내가 끼인 어느 월례모임에서 세 분의 문인(文人) 벗에게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저)를 한 권씩 선물 한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오간 서신(이메일) 일부를 소개하려니까 아무래도 그 책을 간략하게라도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아 아래에 압축 합니다.
*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저, 임희근 역, 학고재 2007년간)
<‘다음’ 등의 책 소개 편집>
“......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오직 내 몸을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그의 부인인 도린에게 보낸 연서(戀書) “D에게 보낸
편지”.
이 책은 불치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을 출간한 것으로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 통의 편지로
이루어졌다.
“D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가는 80을 넘긴 노부부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애정 표현과 함께 작가 자신을 긍정의 세계로 이끌어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유명인사들과의 추억 그리고 58년간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했으며
사랑하는지, 투병중인 아내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을 고백한다.
결국 작가는 2007년 9월 22일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로 삶을 마감하였으며
자살하기 1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철학자 고르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으며
최고의 사랑이야기로 칭송받고 있다.
*저자: “앙드레 고르”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
1923년 빈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 때 스위스 로잔으로 갔다. 로잔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46년 사르트르를 만난 이후 실존주의와 현상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르트르는 그를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가했다.
1947년 도린과 만나 49년에 결혼했으며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여 년간 간호했다.
2007년 9월 22일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 했다.
O 내가 세 분 문인친구에게 보낸 메일
세 분 (芝O, O岩 그리고 동OO) 벗님 함께 보십시오.
*세 분에게 동시에 '메일 회신 빚'을 지고 있다는 핑계로 이번에도 '동시
회신'을 씁니다. 양해하여 주십시오.
*내가 "D에게 보낸 편지“ 책을 여러분에게 선물한 것은 그간의 나의 빚
일부라도 갚을 양으로 그런 것일 뿐인데, 역시 모든 분들이 '文人'들이시다
보니까 제 각각 무슨 '독후감' 숙제라도 받은 것처럼 날카로운 또는 엄숙한
'독후감' 또는 "평론"을 써서 보내 주시니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황송할
따름입니다.
보내주신 글들을 보니 역시 그 분야의 프로들이시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방점을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의견이 모두들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秋史의 글씨 한 폭' 또는 'Picasso의 그림 한 점'을 놓고서도 별별
의견이 다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예술작품이나 문예작품에 대한 감상은
다양하고 또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로 이번에 내 생각의 일부를 보여드린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그 책을
선물 하였습니다. 몇 해 전에 읽은 뒤 매우 감동적으로 읽었던 기억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신을 쓰려고 그 책을 다시 찾아서 그 때 밑줄 그어 두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어 봐도 그 감동은 여전 하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일부나마 여기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89쪽 입니다.)
“...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90쪽 입니다.) <끝 쪽>
“...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
*글쎄 이게 남의 순애보(純愛譜)라고만 넘기지 말고...
'나도 혹시 이런 한 때 또는 그렇게 생각했던 한 때가 있었던가?'를 회상해 보면
내가 얼마나 멋없는 세상을 살아왔나 하는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나
자신의 얘기...), 또 아니면,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품거나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한다면
'나는 얼마나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까요?
*요즘 우리 노년들에게 주는 인터넷 충고들 중에 '죽음'을 염두에 둔 명상을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소위 'Well Dying'에 대한
생각을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해오고 있으며 자료를 접하는 대로
스크랩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의 그 책도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접하게 된 것이고 또 여러분에게도
기회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나는 최근의 3~4년간 모 요양시설에 주 1회씩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천당행 열차 마지막 정거장의 손님들'을 다수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
그 때의 경험이 나를 더 그렇게 생각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우연한 경우였겠지만 이번 세 분의 독후감 중에서는 '동OO'님의 것이 나의
것과 가장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각필 하겠습니다.
며칠 후 만났을 때 아직 못 다한 얘기를 더 하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2/10/8 南 齋
*아래 사진은 앙드레 고르 부부가 '젊었을 때'와 '노후'의 두 모습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