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따라 하기 바빠서...

by 이용분 posted Apr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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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따라 하기 바빠서...
      (어린 참새가 인기척에 몸을 숨기고...)     청초  이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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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무김치에 김치 국물로 끓여서 식혀 넣으려고 아무 생각 없이 밀가루를 물에 묽게 풀었다. 그냥 넣어 끓인 풀물 속에 죽은 까만 벌레가 수도 없이 떠오른다. 거의 외국에서 수입한 밀들이니 몇 년이나 해 묶은 밀들을 제분(製粉)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지금 까지는 얼마나 많은 양의 방충제를 뒤범벅이 되게 섞어 놓았는지 아무리 두어도 전혀 벌레가 안 생기더니 이번 밀가루는 벌레가 우굴 우굴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면 멸치 국물 다시에 애호박이나 햇감자를 숭숭 썰어 넣고 의례히 낮에는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곤 했었다. 요즈음에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던가 빵 같은 인스턴트식품이 너무나 흔하다. 게다가 편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잊혀져가는 먹 거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 시절에 광목으로 된 가루 포대에 담긴 밀가루에는 여름이 되면 의례히 벌레가 생겼다. 신문지를 깔고 고운체로 쳐 보면 영락없이 꼬물꼬물 쌀벌레 같이 생긴 작은 벌레가 섞여 있어도 이를 예사롭게 받아 들여서 그 밀가루로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해 먹고 했었다.

    우리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그 당시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벌레 먹은 채소가 더 환영을 받는다 했다. 여자들이 자기의 인생을 즐기려는 경향으로 아기는 하나 둘만 낳거나 아주 낳지를 않아서 그 나라에는 젊은이가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그들은 그 후 국가에서 강력한 산아장려 정책으로 바뀌고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어 이제는 아기를 많이 낳는다고 한다. 물론 인도적인 면에서 행하기도 하였겠지만 저 개발 국가에서 그토록 많은 아기들을 입양해 갔던 것도 아기들을 잘 안 낳은 결과에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유추가 된다.

    이제 몇 십 년이 지난 요즈음에 우리나라에서 이제 유기농 채소라면 벌레 먹은 것도 선호하게 되었다.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변하였다. 아기는 하나이거나 거의 안 낳는 추세로 세계 제일의 저 출산 국가로 첫손을 꼽히기에 이르렀다. 딩크족이 늘어나고 반대급부로 장수하는 노인 인구가 많아져서 국가의 인구대비 비율 위기설이 나돌 정도가 되었단다. 정말 노인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실제 지하철을 타 보면 실감이 난다. 반대로 우리 가까이에서도 이제는 아기 우는 소리를 듣기가 힘들어졌다.

    어쩌다가 T.V.화면에 나오는 옛날 산아제한 광고를 보면 '아이를 많이 나면 거지 꼴 되기 십상이다'라고 다신(多産)을 비아냥거리는 문구를 본다. 저리 했으니 아이를 안 낳을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에 국가에서 다시 출산장려 정책으로 바뀌어서 이제는 아이를 여럿 낳은이들이 뜻밖에 조명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참은 인구감소 현상에 시달릴 것 같기만 하다.

    선진외국에서 먼저 했던 대로 뒤 쫓아서 이번에는 개천 변을 모두 시멘트나 바윗돌로 축대를 쌓는 등 깔끔하게 정비를 하였다. 환경 분야에서 하천 변의 잡풀들이 수질을 정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뒤늦게 알려지자 이를 다시 뒤쫓아서 개울 가장자리에는 눈에 익은 잡풀이나 갈대처럼 키 큰 풀들이 자연스레 자라고 있다.

    그 수풀 사이에 야생조류나 기러기가 둥지를 틀기도 하고 겨우 날개 짓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참새가 인기척에 놀라 재빨리 풀숲 사이에 몸을 숨긴다. 물속 풀뿌리 기슭에는 붕어들이 알을 낳고 터를 잡고 노니니 이를 보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평화롭고 다행스럽다.

    아이를 키우는 데 너무나 많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애들에게 들기는 한다. 부모의 과잉보호로 키우고 보니 결과적으로 날이 갈수록 점점 자기 밖에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났나 보다. 그 아이 세대가 이제는 자기 일신만을 편하게 살려는 시대사조에 물이 들어 애완견이나 키우며 시름을 달래고 아이 낳기는 꺼리는 게 요즘 젊은이들인 것 같기만 하다. 허나 아이들을 낳아서 최선을 다하여 키우다 보면 자기 부모님에 대해 모르던 효심도 울어나고 또한 그 속에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배어난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각자 제 아이를 잘 교육시켜서 훌륭한 인재로 가르쳐서 고급 두뇌와 창의력으로 세계인과 어깨를 겨눌 인적자원을 키워내야만 된다. 그 결과 국가 간의 경쟁에도 이바지하고 긴 인생살이에서도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날이 가능하면 빨리 되돌아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09년 6월 2일
    (참고로 딩크족은 Double Income No 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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