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齋晩筆](16-N) 船上詩會 回想

by 심영보 posted Oct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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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船上詩會  回想
                                                                  南 齋    沈  英  輔

뉴욕시 맨하탄의 88번 부두를 사뿐히 뜬 호화유람선 “Horizon 호”는 밤새껏
그리고 그 다음날 하루 종일을 동으로 동으로 대서양을 헤엄쳐 가고 있었다.
내려다보면 망망대해 쪽빛의 바다물결이오 올려다보면 창창한 푸른 하늘,
그리고 거기에 간간이 떠 있는 뭉게구름이 뒤 따라 오고 있는 풍경이 끝없이
한가롭기만 했다.

미주서울의대동창회(회장 송관호, ‘64)가 ’98년도 학술대회 겸 정기총회
<‘98.6.28. ~ 7.5.> 장소로 선정한 Bermuda Cruise를 겸한 “Horizon호”의
갑판에는 미주와 한국에서 참가한 회원과 그 가족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즐기며 주위의 풍경과 분위기를 감상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서성거리다가 오랜만에 만난 鄭鎭默(‘57,미국)선생과 鄭良洙
(’66, 미국)선생의 두 동문에게 이끌려 그분들 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간 지내온 이런저런 얘기가 무르익던 중에 鄭鎭默선생이 근간에
다녀 온 중국여행 얘기로 화제가 옮겨 갔다.
그가 미국에서 사귀었던 중국여성이 그를 자기의 고향으로 초대해서 가게
되었다는 얘기며 그에게 정을 표시하는 한시(漢詩)를 지어주었다는 말과
함께 그 시를 단번에 외어 써 보여 주었다. 시제(詩題)가 바로 그 여성의
이름이란다.

    鄭 梅 孃           <아래의 번역은 필자가 최근에 지어 넣은 것임>
春色梅香 幸夢相感   봄볕인 듯 梅孃의 향기, 행복한 꿈을 서로 감응하지만,
情在人難 春歸大地   더 정들면 어쩌려나, 봄의 향기 대륙 땅에 남겨두리.

이 화제(話題)는 자연스레 한시잡담(漢詩雜談)으로 이어졌고, 동석한 鄭良洙
선생 역시 열렬한 한시 애송자(漢詩 愛誦者)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나는 이미 40여 년 전 대학시절에 간간이 습작(習作)해 보던 한시
(漢詩)에 대한 추억과 매력을 다시 일깨우게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내가 대학 졸업 후 군복무와 개원의 생활, 거기에 곁들여 각종 의사단체와
관련조직에 관여하면서 아주 까맣게 잊고 있던 한시 시작(詩作)에 대한
충동을 다시 느끼고, 두 鄭 선생에게 내일 아침에 한 편씩의 한시를 지어
서로 감상해 보자고 제의한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용기였다.

다음날 낮 우리 세 사람은 각각 밤새 지은 한 편씩의 한시 작품을 들고
갑판위에 모였다. 그리고 서로의 작품을 돌려 읽어보며 감상하고 또 의견을
나누었다.
졸지에 꾸며진 일이기는 하지만 번듯한 “선상시회(船上詩會)”가 되었던
것이다.

   =南齋 (沈英輔, ‘61)    
     平生初行汎遊島      버뮤다 초행길에 호화선에 올라보니
     大洋一葉豪華船      온 누리 모인이들 애들처럼 왁자지껄
     東西老壯同樂少      배마저 흔들거리니 어질어질 하구나
     天動海搖身眩渾

  =眞默 (鄭鎭默, ‘57)    <아래의 번역은 필자가 최근에 지어 넣은 것임>
     蒼波汎遊亦一味    창파에 둘린 Bermuda섬 안팎이 장관이로다
     珊瑚淡水帶熱魚    맑은 물속 산호 숲엔 열대어 떼 지어 노닐고
     太公釣棒捨沿岸    태공들은 낚싯대를 바닷가에 던져놓은 채
     三三五五探綠路    삼삼오오 짝지어 Golf 장으로 향하누나


  =東周 (鄭良洙, ‘66)    <아래의 번역은 필자가 최근에 지어 넣은 것임>
     茫茫大海接蒼天    망망대해 푸른 바다 하늘에 닿아 있고
     點點白雲從遊船    점점이 떠 있는 흰 구름 배를 좇는 풍경 속에
     徹夜談笑倍加情    밤샘 담소는 서로의 정을 더욱 두텁게 하니
     故友和樂比八仙    이런 고우들과의 화락은 海上八仙에 비할만하네
                  
이 세 편의 시는 그 이튿날 미주동창회 행사의 일환으로 벌어진
Alumni Night의 Talent Contest 시간에 “3 인의 한시낭송(漢詩朗誦)”으로
함께 출연하여 당당히 특별상을 받기 까지 하였다.
얼마나 뿌듯한 일이었던가?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엄청난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항해 중에 두 편의 한시를 더 지어 두 분의 감상과 평가를 받는
즐거움을 누렸다.  두 편의 시를 아래에 적는다.

◎ Bermuda Island의 Royal Dock Yard에서 (’98.7.1.)

       王庭津 (Royal Dock Yard)    
             南齋 作爲 鄭鎭默先生 雅號 “眞默” <獻呈詩>
    
                                   王庭津(Royal Dock Yard)에서
                          <南齋가 정진묵선생에게 드린 “眞默” 아호 헌정시>

     今朝下船王庭津     아침에 하선한 Royal Dock Yard 부두는
     前朝英軍防禦鎭     옛날에 영국군이 점령했던 방어진지라는데
     兵士何去古舍墟     병사들은 다 어디가고 낡은 막사 터뿐이고
     羊首十餘迎客默     십여 수 양떼만이 묵묵히 손님을 맞는구나

     今夜上甲舞蹈群     밤의 갑판 위 무도장에 오른 춤꾼들
     善男善女面目眞     선남선녀들의 드러난 모습이 멋지도다
     船上旋律百人樂     배위의 모든 이가 선상선율에 빠져드니
     天靜地肅四圍默     천지와 온 사방도 숨죽인 듯 정숙하구나


◎ Bermuda Island의 Port Royal C.C.에서 (’98.7.3.)

       汨푸(魚+夫)場 風景                     南齋      

     綠原蒼天白雲閒       푸른 초원 높은 하늘 뭉게구름 한가롭고
     奇花姚草競艶色       갖가지 꽃과 풀 예쁜 모습 겨루는데
     男女雙雙汨푸狂       남녀쌍쌍 golf광들 타석 앞에 의기양양    
     意氣揚揚待出征                                
     初場好調把巴悅       초장에 par 잡았다 기뻐한들 무슨 소용
     次席豪打誤飛去       다음 홀 호쾌한 일타 OB로 날아가니
     今日成績或是乎       오늘도 혹시나 했다 역시나로 끝나는 걸  
     周遊結果亦是也                                

   *汨푸=Golf,  *巴=Par,  *誤飛=OB(out of bound).    
                                                   끝.  (‘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