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쾌청이더니 새벽녘 3시 창밖에서는 뜻밖에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쏟아진다. 오늘은 7회남녀동기회에서 광릉수목원에 소풍을 가게 되어 있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처럼 천둥에 번개 비까지 쏟아지다니... 입고 가려고 준비한 옷이 허사다. 다시 좀 따뜻한 옷으로 바꾸어 놓고 약간은 실망스런 마음을 접고 다시 잠을 청한다. 아침이 밝았다. 쾌청이다.산행이라 추울까봐 여분의 옷을 준비하여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섰다. 가방이 무겁다며 남편이 지하철역까지 짐을 들어다 준다. 생각 밖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전철은 강변역에 실어다 준다. 강변이라 그런지 강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삽시에 휘몰아치며 쓸고 간다. 우리들이 감지를 못하는 사이 가을은 그렇게 이 땅에 찾아와 있었다. 남자회원 10명 여자회원 11명이 참가. 우리를 태우고 버스는 떠났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알맞은 기온 최적의 날씨다. 언듯 스치며 지나가는 한강변 풍경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생각지도 안한 자두만큼 커다란 왕대추를 나누어 주기에 먹어보니 새콤달콤하고 연하다. 송태진 동기께서 준비를 하셨단다. 김영숙 여회장과 노순주 총무도 우리 손에 앞앞이 간식거리를 들려준다. 우리도 마음속은 아직 동심이다. 공연히 즐겁다. 차는 일로 광릉을 향해 달려 수목원에 도착했다. 순간 광릉 숲길에 불어치는 회오리바람에 몰려 날리는 각가지 색깔의 낙엽들... 이미 가을은 이곳 산을 온갖 천연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을숲 음영이 짙은 호젓한 숲길을 삼삼오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또 걷는다, 나이가 젊은 남자가이드가 앞장서서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를 쫓아 가기는 역부족이다. 이왕에 늦은 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들녘에 호젓하게 피어 있는 들꽃에 잔뜩 마음을 빼앗겨 샷타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영롱한 새소리도 복잡하던 우리의 마음을 속세에서 벗어나 간만에 신비스런 경지로 몰고 간다. 식물원에 들러 상냥한 여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하늘을 찌를 듯 키가 큰 열대 식물들과 휘귀한 선인장을 드려다 보며 사막에라도 온 듯 환상에 사로잡힌다. 나도 젊어 한때 선인장 류만을 모아 여러가지 키워 본적이 있어 관심이 많아 반갑다. 다음은 일찍이 헐벗은 우리국토의 녹화사업부터 시작한 박정희 전대통령을 비롯 미국귀화인 민병갈 현신규등 다섯 분의 유공자 모습이 새겨진 벽 조각상 앞에 묵상을 드린다. 그중 민병갈이란분은 미국인으로서 본명이(칼 밀러)로 한때 한국은행 고문으로 근무해 만나 본적이 있어 친근하다. 현신규선각자(先覺者)는 우리 7회 현신애동기의 선친이시라 한다. 산림녹화의 초석이 되신 선각자(先覺者)들의 나라사랑 하심에 마음속 깊은 존경의 묵념을 드렸다.지나는 길에 만난 소풍을 온 고사리 유치원생들도 귀엽고 반갑다. 임동호 회장님이 인터넷으로 예약한 백운계곡“솔밥식당”에서 점심으로 연한 갈비를 새빨갛게 달근 숯불위에 지글지글 냄새를 피우며 굽는다. 게다가 막걸리도 한잔씩 높이 들고 모두의 건강을 축원한다. 우리 모두 화기애애 담소를 나누며 시장함과 고단함을 푼다. 이럴 때에는 역시 먹는 게 최고의 위안임을 스스로 느끼며 우린 모두 행복하다. 식후에 먹은 새까만 머루 포도알의 맛도 일미다. 마침 식당 안에 준비되어 있는 노래방 시설에서 평소에 해 보지 못한 노래자랑을 하는 벗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즐거운 한때를 만끽한다.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버스위에 실어 준 막걸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아마도 다시 또 찾아 와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념이 그 안에 담겨 있겠지...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유독 하얀 돌맹이들로 첩첩히 쌓여 신비한 정경을 자아내는 계곡길을 따라 가니 어떤 작은 시골상점 터에 다다랐다. 가을이라 단단하게 영근 토마토를 사서 봉투에 넣어 앞앞이 들려주시는 임동호 회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우리 모두 코끝이 시큰하다. 넉넉할 것 같던 하루가 어느 듯 저물어 해가 서산머리 산봉우리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오늘 하루 우리 7회 남녀 동기들은 누구와도 함께 하기 어려운 따뜻한 정을 나누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벗들이여!! 부디 건강하셔서 다음 번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행복한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봅니다. 2013.10.11 (고대 에짚트의 종이 원료였던 파피루스) (민병갈) (현신규) |

2018.11.25 23:51
7회 광능숲 가을여행의 낙수(落穗)...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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