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古事)속의 위조 증명서...

by 이용분 posted Sep 29,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사(古事)속의 위조 증명서...

진나라 조고는 중국 역사에서 나라를 말아먹은 대표적인 환관으로 꼽힌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전국 순시에 나갔다가 병을 얻어 자리에 누웠다.

죽음을 직감한 진시황은 장남인 부소에게 왕위를 이을 준비를 하라는 유서를 써 조고에게 맡기고는 숨을 거둔다. 부소의 눈 밖에 난 조고는 유서를 위조해 우매한 17번째 왕자 호해를 2대 황제로 세운 뒤 뒤에서 조종을 한다.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을 정도이니 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호해마저 자결케 한 조고는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다 실패한 뒤 3대 황제 자영을 살해하려던 음모가 발각돼 처형당했다. 조고의 전횡은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가 불과 3대 15년 만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 이유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던 독일군 수뇌부에게 소련의 미하일 투하쳅스키 장군은 공포의 대상이었다.‘붉은 나폴레옹’이라 불리던 투하쳅스키는 천재적인 전략가였다. 특히 기갑부대 주축의 ‘전격전’ 전문가였다. 독일군 수뇌부는 제거작전에 돌입했다.

먼저 독일이 투하쳅스키에게 돈을 준 것처럼 위조 지불증을 만들고 투하쳅스키가 돈을 받은 것처럼 위조 수령증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위조 증명서들을 소련 스파이에게 슬쩍 넘겨주었다. 평소 군부 쿠데타를 우려하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이 첩보를 접하자 곧바로 투하쳅스키를 처형했다. 소련의 명장이 적군의 공작으로 제거된 것이다.

위조 증명서가 판을 치고 있다. 30만∼50만원만 내면 2시간도 안 돼 가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를 뚝딱 만들어 준다고 한다. “문서를 위조해준다”는 인터넷 광고가 버젓이 올라오는 마당이다. 기업과 경찰은 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대학원 진학을 도우려고 임의로 동양대 표창장 문구를 만들고, 대학 총장 직인도 날인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해야 할 대학교수가 위조수법을 가르치는 꼴이다. 빗나간 자식 사랑이 자식의 앞길을 망치게 할 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10회에서 빌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