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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20:48

모퉁이 / 안도현

조회 수 794 추천 수 1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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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겠지 하교 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 내가 너를 배반해 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니야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거야 남자가 아니야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거야 . -안도현 시집"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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