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엔, 한 잎의 그리움이 있다 / 양애희"-
저 너머 은사시나무 줄기엔,
오래전 돋아난 그리움 하나가 있다
바람이 깎아놓은 은밀한 햇살 사이로
하냥 가슴 떨리는 음악을 기억하는,
한 잎의 그리움이 있다.
펄럭이는 추억의 악보를 타고
사랑, 그 고독한 음악으로
심장이 밝혀주는대로 마냥 가야만 하는
하루치의 그리움마저 다 써버린,
한 잎의 그리움이 있다.
하늘의 계단을 하나씩 타고 올라가
그 긴 하루속의 심연을 받들고 서서
물빛 페달을 연신 밟아
덧문 사이로 천년을 넘나들,
한 잎의 그리움이 있다.
저린 계절을 뚫고
사랑으로 하여 저문 풍경의 등 뒤에
매일 서러운 시어 한 줄 그어대다가
눈물겹게 끝없이 붉은,
한 잎의 그리움이 저 너머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