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것에 대하여 / 우심 안국훈" -
잡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게 있다
햇살 바람 그리고 사랑이 그렇다
모두 소중한 것이기에
소유가 아닌 느낌에서 행복을 느낀다
가을햇살 아래 산들바람 분다
볼 게 많고 가질 게 많은 세상
공기 물 그리고 부모님
잃고 나면 소중한 줄 안다
늙은 어머니의 맨손 까칠하도록
달력 넘기는 소리에 기온 뚝 떨어진다
무엇을 사고 무엇으로 밥상을 차릴까
늘 걱정하면서도
자식에겐 언짢은 표정 한 번 않던 그 분
지금 여느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는 줄 모른 채
그저 낯익은 봉분 찾아 머리 조아리며 빈다
가슴 숭숭 뚫린 곳으로 찬바람 불면
숟가락에 묻은 밥풀을 보라
닳은 숟가락의 날카로운 눈빛에
심장 찔려도 차마 하얗게 웃고 있는 것을
아 영원토록 그리운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