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을 기억하는 날에는 / 안희선 -
잠시 동안, 아름다운 절망으로 파고드는 마음을
나의 것이 아닌 양 노트(Note)에 적어본다
이것은
분명히 포근한 몽상은 아니어서
이 황량한 삶을 추스르기엔 너무 가녀린,
도무지 나의 것이 아닌듯한
정말 값비싼 슬픔과 치렁한 그리움이다
가을에 서럽게 익은 감 모양,
붉고도 선명한 음절로 뚝뚝 잘라져
마치 그림처럼 쓰여진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風) 속에서......
그 바람은
내가 다시는 사랑에게 돌아가지 않을 시간들을
품었음을 알리고 있다
내 익숙치 못한 귓설미로도
새로이 불어오는 계절풍의 심란한 속삭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어서, 이미 비좁은 나의 꿈 속엔
그것들을 잠재울만한 공간이 없음도 알고 있지만
나를 가두고 있는 이 공허한 의식(意識)의 종말을 위해
하얀 그리움에 깊은 밤이 전율(戰慄)하는 별빛을 그리며,
내 안에 힘겹게 남아있던 사랑의 희미한 호흡을
묵묵한 바위에 새긴다
그것이 정녕코 알 수 없는 행위라해도
아무 의심없이, 정말 잘 이해하는 얼굴로,
타다 남은 재(灰)를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허물어진 모험으로 기억하면서,
마치 마지막의 내가 글을 쓰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