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 . . ♠봄이 오면 나는활짝 피어나기 전에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살아 있음의 향기를온몸으로 피워 올리는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산에서, 바다에서,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바쁘고 힘든 삶의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새가 되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이슬비를 맞고 싶다.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꽃과 나무에 생기를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단비'라고 하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함께 산나물을 캐러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믿음과 희망과 사랑의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나도 이젠 갈수록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봄이 오면 나는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유리창을 맑게 닦아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조그만 꽃삽을 들고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 이해인 수녀님의 글중에서 . . .♬ . . 봄 처녀 . . ♬봄처녀 제 오시네 / 새풀 옷을 입으셨네하얀 구름 너울 쓰고 / 진주 이슬 신으셨네꽃다발 가슴에 안고 / 뉘를 찾아 오시는고님 찾아 가는 길에 / 내 집 앞을 지나시나이상도 하오시다 / 행여 내게 오심인가미안코 어리석은 양 / 나가 물어 볼까나봄처녀 제 오시네 / 새풀 옷을 입으셨네하얀 구름 너울 쓰고 / 진주 이슬 신으셨네꽃다발 가슴에 안고 / 뉘를 찾아 오시는고님 찾아 가는 길에 / 내 집 앞을 지나시나이상도 하오시다 / 행여 내게 오심인가미안코 어리석은 양 / 나가 물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