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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1:57

생의 온기 / 김완하

조회 수 807 추천 수 1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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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의 온기 / 김완하" - 더러는 아픈 일이겠지만 가진 것 없이 한겨울 지낸다는 것 그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스스로를 버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몰아치는 눈발 속에서 눈 씻고 일어서는 빈 벌판을 보아라 참한 풀잎들 말라 꺾이고 홀로의 목마름 속 뿌리로 몰린 생의 온기, 함박눈 쌓이며 묻혀 가는 겨울잠이여 내가 너에게 건넬 수 있는 약속도 거짓일 수 밖에 없는 오늘 우리 두 손을 눈 속에 파묻고 몇 줌 눈이야 체온으로 녹이겠지만 땅에 박힌 겨울 칼날이야 녹슬게 할 수 있겠는가 온 벌판 뒤덮고 빛나는 눈발이 가진 건 오직 한줌 물일 뿐이리 그러나, 보아라 땅 밑 어둠 씻어 내리는 물소리에 젖어 그 안에서 풀뿌리들이 굵어짐을 잠시 서릿발 아래 버티며 끝끝내 일어설 힘 모아 누웠거늘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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