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것은 / 전미진 -
산다는 것은
때로 비 온 뒤 질퍽한 언덕길을
방향도 없이 걷는 것 같지만
몸 돌릴 수 없는 위태한 외나무다리에서
휘청거리는
그리움 껴안고 살지만
산다는 것은
뜨거운 태양열에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길에서
식히지 못한 땀의 수고로움이지만
한여름 밤
극성스런 모기떼 성화처럼
성가시기도 하지만
그래도 삶은
삶, 자체로 아름다운 것
지루한 장마 끝에 따사로운 햇살처럼
그렇게 은혜로운 것
그 빛을 빛내고자 어둠은
더욱 깊숙이 어두웠고
새로운 사랑의
벅참과 감미로움을 위해 이별은
더욱 가슴 아프고 쓰라렸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