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숲 / 장석남" -
저만치 여름숲은 무모한 키로서 반성도 없이 섰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녹음뿐이다
저만치 여름숲은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섰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는 날이면 아무 대책 없이 짓눌리어
도망치다가,
휘갈기는 몽둥이에 등뼈를 두들겨맞듯이 휘어졌다가 겨우,
겨우 펴고 일어난다
그토록 맞아도
그대로 일어나 있다
진물이 흐르는 햇빛과 뼈를 익히는 더위 속에서도 서 있다
그대로 거느릴 것 다 거는리고 날 죽이시오 하듯이
삶 전체로 전체를 커버한다 조금의 반성도 죄악이라는 듯이
묵묵하다
그건 도전 以前이전이다
그래도 그 위에 울음이 예쁜 새를 허락한다
휘몰아치는 그 격랑 위의 작은 가지에도 새는 앉아서 운다
떠오르며 가라앉으며 아슬아슬히 앉아
여름의 노래를 부른다
새는
졸아드는 고요 속에서도 여름숲을 운다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여름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