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김경훈
어디 쯤이었을까
근원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차가운 새싹으로 움터온
나의 슬픔이 시작된 곳은
목적지도 모른 채
별빛이 밤안개처럼 깔려오는 밤이면
먼 길 떠나는 나그네 되어
정처없이 그 길을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일이
가난한 오늘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의 이유라면
나는 그 이유를 잃어버린
비에 젖은 새가 아닐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라면
차라리 모르고 살아가는 그리움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어디 쯤일까
둥지 잃은 새가
외로움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편히 누워 쉴 곳이
사람이 그리운 날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그 잔인한 사랑을
가질 수 없었던 그 하나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