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겨울 우리는 / 오영해

by 김 혁 posted Feb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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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겨울 우리는 / 오영해"- 얼어붙은 강을 지나서 바람과 함께 마을로 들어서면 성애 낀 유리창에 기다림으로 너는 서 있었다. 혼자서는 타오를 수 없어 내 안에 불씨를 너는 심고 너의 가슴에 불을 나는 지피는 사이 겨울밤은 종종 걸음으로 우리의 곁을 지났다. 남은 동전을 모아 자판기 커피를 함께 마시고 홀로 걷는 겨울 새벽길을 따라 속삭이던 네 뜨거운 음성은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겨울, 낡은 외투로는 추웠으나 거칠 것 없이 바람이 지나는 텅 빈 들판도 봄을 피워내듯 내가 네 안에 묻어놓은 불씨를 너는 가꾸고 황량하던 내 안에 그리움을 새싹으로 틔우며 나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겨울은 길어도 좋았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빈 마음으로도 서로의 가슴을 가꾸고 지필 수 있다면 눈보라가 무엇이랴 추위가 뼈에 스민들 그게 무엇이랴. 얼음장 밑 길을 열어 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돌처럼 눈사람으로 서서 우리는 서로의 눈길 끝에 있기로 했다. 가난한 마음 끝에서 서로의 봄이 되어 서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