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겨울 우리는 / 오영해"-
얼어붙은 강을 지나서
바람과 함께 마을로 들어서면
성애 낀 유리창에 기다림으로 너는 서 있었다.
혼자서는 타오를 수 없어
내 안에 불씨를 너는 심고
너의 가슴에 불을
나는 지피는 사이
겨울밤은 종종 걸음으로 우리의 곁을 지났다.
남은 동전을 모아
자판기 커피를 함께 마시고
홀로 걷는 겨울 새벽길을 따라
속삭이던 네 뜨거운 음성은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겨울,
낡은 외투로는 추웠으나
거칠 것 없이 바람이 지나는 텅 빈 들판도
봄을 피워내듯
내가 네 안에 묻어놓은 불씨를 너는 가꾸고
황량하던 내 안에 그리움을 새싹으로 틔우며
나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겨울은 길어도 좋았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빈 마음으로도
서로의 가슴을 가꾸고 지필 수 있다면
눈보라가 무엇이랴
추위가 뼈에 스민들 그게 무엇이랴.
얼음장 밑 길을
열어 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돌처럼 눈사람으로 서서
우리는 서로의 눈길 끝에 있기로 했다.
가난한 마음 끝에서
서로의 봄이 되어 서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