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 조용우"-
겨울 산을 오르면
발에 밟히는 하찮은 것 모두가 경이롭다
지천으로 피어 있던 민들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기 구르는 낙엽 한 잎도
무심히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유없이 마구 흩어져 쌓인 줄 아는가
잎과 잎 삭정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라운 구도를 이루고 있다.
말라버린 낙엽 한 잎을 집어들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비록 푸른빛 싱싱함은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근엄하고 꼿꼿하여
심줄 드러낸 채 바스러지면서도 의연하다
사람만 빼놓고
욕심에 눈이 먼 사람만 빼놓고
세상 모든 것들은
조락(凋落)하면서도 추하지 않나니
늙으면 늙은대로 거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녔다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하찮은 것 모두가 의미의 옷을 입고
세상은 희한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하늘에도 땅에도 하느님이 계시니
겨울 산 낙엽 한 잎까지도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