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 조용우

by 김 혁 posted Feb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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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 조용우"- 겨울 산을 오르면 발에 밟히는 하찮은 것 모두가 경이롭다 지천으로 피어 있던 민들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기 구르는 낙엽 한 잎도 무심히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유없이 마구 흩어져 쌓인 줄 아는가 잎과 잎 삭정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라운 구도를 이루고 있다. 말라버린 낙엽 한 잎을 집어들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비록 푸른빛 싱싱함은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근엄하고 꼿꼿하여 심줄 드러낸 채 바스러지면서도 의연하다 사람만 빼놓고 욕심에 눈이 먼 사람만 빼놓고 세상 모든 것들은 조락(凋落)하면서도 추하지 않나니 늙으면 늙은대로 거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녔다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하찮은 것 모두가 의미의 옷을 입고 세상은 희한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하늘에도 땅에도 하느님이 계시니 겨울 산 낙엽 한 잎까지도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