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 김시천

by 김 혁 posted Apr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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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 김시천 " -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부드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아,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