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물가에 있다
영혼은 친수성(親水性)이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우선 가늘게 눈을 뜨는 것부터
최초의 순수한 시선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
그 다음엔
투명한 베일처럼 펼쳐지는 신비와
영혼이라고 불리는 감미로운 안개
모든 연금술사들의 애무하는
탐미적인 쾌락의 붓같은 시선을
사물에 단 한번 멋지게 도달하기 위해
존재의 모든 골목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그들의 사팔뜨기 영혼을 부를 것
그리하여 이윽고
청명한 대낮을 향해 일어서는
물의 無限으로 다가갈 것
모든 것이기도 하고 전혀 부재이기도 한 물
수련은
오랜 시선의 애무를 받은 물 속에서
어느 새벽 홀로 활짝 피어난다
난 수련이 벽이기라도 한듯
기대고 싶어 그 작은 꽃의 고적함과
미세함에 그 위태한 연약함에 기대고 싶어
언제든 이윽고 물밑으로
가라앉고 싶어
깜깜한, 아주 보드라운
회귀의 물 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