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씨의 수련 / 김정란

by 김 혁 posted Aug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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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물가에 있다 
영혼은 친수성(親水性)이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우선 가늘게 눈을 뜨는 것부터 
최초의 순수한 시선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 

그 다음엔 
투명한 베일처럼 펼쳐지는 신비와 
영혼이라고 불리는 감미로운 안개 

모든 연금술사들의 애무하는 
탐미적인 쾌락의 붓같은 시선을 

사물에 단 한번 멋지게 도달하기 위해 
존재의 모든 골목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그들의 사팔뜨기 영혼을 부를 것 

그리하여 이윽고 
청명한 대낮을 향해 일어서는 
물의 無限으로 다가갈 것 
모든 것이기도 하고 전혀 부재이기도 한 물 

수련은 
오랜 시선의 애무를 받은 물 속에서 
어느 새벽 홀로 활짝 피어난다 

난 수련이 벽이기라도 한듯 
기대고 싶어 그 작은 꽃의 고적함과 
미세함에 그 위태한 연약함에 기대고 싶어 

언제든 이윽고 물밑으로 
가라앉고 싶어 
깜깜한, 아주 보드라운 
회귀의 물 밑으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Water-Lilies (Nympheas), 1904,
Oil on canvas, 90 x 92 cm,
Private collection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Water-Lilies (Nympheas), 1905,
Oil on canvas, 81 x 100 cm,
National Museum of Wales, Cardiff Great Britain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Water-Lilies (Nympheas), 1906,
Oil on canvas, 90 x 93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Illinois, USA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Water-Lilies (Nympheas), 1908,
Oil on canvas, 92 x 81 cm,
Private collection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Water-Lilies (Nympheas), 1908,
Oil on canvas, 92 x 89 cm,
Private collection

Japanese bridge 1899; Oil on canvas 89 x 93.5 cm Paris,Musee d'Orsay

"예술의 본질은 추구하지 않고 인상같이 표피적인 부분만 추구한다"는 비아냥으로 루이 루르아라는 비평가는 평하지만 그것은 지독한 편견이다. 찰나의 빛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인상주의의 추구는 이를테면 '지상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유한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넘나드는 추구이다. 그것은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세계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이다. 모네의 개인적 경험에서도 그 같은 지향을 뚜렷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