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 양현근

by 김 혁 posted Oct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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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에 / 양현근 - 이 가을에는 젖은 음표들을 말려야지 지난여름 욕망의 이깔나무 숲을 건너오는 동안 무심코 자라난 귀를 맑게 씻어야지 노역의 상처들을 말리는 동안 아다지오의 여백 속은 참 넉넉하리라 때때로 쉼표를 찍어가며 촉촉한 노래들을 오랫동안 흥얼대리라 지상의 세간들이 따로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 것인가 물빛만 출렁이는 내 발자국 길어 올리는 이 없어도 이 가을에는 당당하게 웃어야지 깊은 뿌리내림으로 당당하게 일어서야지 곱지는 않아도 넉넉한 음색으로 내게 주어진 것들을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열꽃의 아열대 아, 그 아득함을 건널 수 있다면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