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기도 / 김만권 - 둥근 보름달을 보면 누구에게나 넘치는 결실을 예감하게 하소서 온종일 흙과 풀섶을 어루만지며 갈라졌던 손바닥에 웃음이 스미게 하시고 마주앉은 식탁마다 눈물 아닌 포도주를 마시도록 허락해 주소서 그리운 이에게는 바람결에 편지처럼 닿게 하시어 쓸쓸함을 알지 못하도록 하시고 행여 빈 들판에 홀로 남은 작은 새라도 밤이슬보다 차가운 외로움은 배우지 않기를 간구합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누이는 곳마다 햇살이 따스함을 아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