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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보니 느껴지는 단상들...

  

 

  

   

 

 

 

 

  어제는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가고 있는데 주차장 앞에 30cm쯤 되는 체인이 저의 길을 막았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설 높이지만 다리를 다친 저에게 그 30cm의 높이는 식은땀이 나는 높이였습니다.

 

겨우 그 체인을 넘어서 병원 앞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절반을 조금 지날 무렵에 신호등이 벌써 빨간불로 바뀌었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어느 성질 급한 운전자는 저를 보고 빨리 뛰어가라고 빵빵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빵빵거림에 화가 나서 그 운전자를 째려봤습니다.

 

그런데 그 운전자는 저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빵빵거림을 들으면서 ‘내가 만약 뼈라도 부러져서 영영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 되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까?’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병원을 가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나오는데 동네 어귀 횡단보도 앞에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의 손을 잡고 힘겹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느 어머니를 목격했습니다. 제가 아주 잘 아는 분이었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통학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분은 누구 앞에서나 멋있고 쾌활하고 씩씩한 분인데 장애를 가진 아이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침에 얼마나 바빴던지 언제나 깔끔하던 분이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과 허름한 추리닝을 입은 채로 자꾸만 다른 쪽으로 가려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저의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는 고개를 돌려야 했습니다.

 

그분에게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지 그 아이가 이렇게까지 중증인 아이인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고개를 돌려 그 분과의 눈 마중을 피한 까닭은 저와 눈이 마주쳐 민망해 하는 그분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자인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좋고, 건강한 사람보다 아파본 사람이 좋습니다. 가난을 경험한 사람은 가난이 얼마나 아프고 가혹한 것인가를 이해할 줄 알아서 좋고, 많이 아파본 사람은 매사에 겸손할 줄 알아서 좋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난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라고 가난이 좋겠습니까 만은 어쩔 수 없이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느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게으르니까 가난한 거야. 왜 이렇게 쉬운 일도 못해? 지금의 가난은 네 탓이야. 그 가난은 당신의 자식들에게 대물림 될 것이고, 다시 그 가난은 당신의 자식의 자식에게까지 대물림 될 거야.”

 

평생 건강했던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듯 부자로 사는데 익숙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가 있고, 내가 패배해 봐야 패배자의 마음도 알 수가 있는데 말입니다.

 

특히 리더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건강해서, 행운을 타고 나서, 시야가 좁아진 리더보다, 가난으로 고생해본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마음까지도 많이 아파 본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타인의 고통을 먼저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내가 강하니까, 내가 영리하니까, 내가 인내심이 많으니까, 너도 강직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리더보다, 그들의 아픔과 나약함을 같이 이해하고 느낄 줄 아는 정서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들의 아픔이 보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우리도 그리하고 우리의 지도자들도 그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한의원에서 온 몸에 수십 개의 침을 맞고 누워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이 아닐까 하고. 마음이 병든 사람도 장애인이고, 권력을 지나치게 탐하는 사람도 장애인이고, 인간의 선한 본성을 잃은 사람도 장애인이라고.

 

그리고 인간 세상을 정작 힘들게 하고 위험하게 하는 사람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이중적 모습을 보이며 사는 이러한 장애인들이 아닐까 하고.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겸손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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