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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 15:17

계층 간의 세습

조회 수 989 추천 수 2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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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간의 세습...

  

 

 

 

 어제는 어느 분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이어서인지 각층의 병실마다 나이 드신 환자들이 많이 계셨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그냥 누워 계셨습니다. 그냥 누워 계셨다는 표현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지만 그 뜻은 미루어 짐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여보! 우리, 나이 먹으면 병원에서 저 모습으로 죽지는 말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그러네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이러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그랬을 것입니다. 아마도 미래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이 모습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큰 아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친구의 아버지라 하면 제 나이 또래이고 저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고 하니 죽음이라는 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변에도 세상을 등진 제 나이 또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점점 더 가슴에 와 닿은 나이가 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도 이제는 어느새 오십대 중반을 향해 걸어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엊그제가 10대였고, 엊그제가 20대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오십을 넘어 반백의 나이가 되다니요. 지금도 여전히 가슴은 뜨겁고 마음은 청춘인데 사회에서 조직에서 이제는 저보고 어른 역할을 하라고 강요를 하네요.

 

먹고 싶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이라 했지요. 이렇게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이 되어가고, 한 살 두 살 나이가 쌓여간다는 것이 저는 몹시 두렵습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어른 역할을 못할까봐 그것도 두렵습니다.

 

요즘 우리 주위에 보면 어른이라고 하면서 날마다 부정을 저지르고, 탈법을 저지르고, 거짓말은 밥 먹듯이 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사람을 차별하고 모욕하고, 약한 사람의 자유와 생명마저 유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청소년들에게 ‘이 사람을 보고 배우라’고 할 사람이 과연 누구입니까?

 

 

 

 

 

어제는 어느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데요. 서울의 일류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서 용접을 배우고 목공일을 배우고 허드렛일을 배우고 있다고. 그리고 그 기술을 배워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이라고 합니다. 일류대를 졸업해도 직장 잡기도 어렵고,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용접을 배우고 목공일을 배우면 그 나라에 가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 기술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너희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꾸짖어야 할 자신이 꾸짖지를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들만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어디에도 희망을 얘기하는 곳이 한 곳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어느 한 분야라도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곳이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참 부끄럽습니다.

 

 

 

 

 

 

요즘 들어 성완종 파일,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각종 비리 사건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 정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국민들 중에는 정권의 핵심에 능력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들 모두가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 출신이고 유학파들입니다.

 

하나같이 지식도 많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이렇게 비난을 받는 까닭은 그들에게 능력은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져 헌신하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은 존경받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재벌 3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이병철씨나 정주영씨 같은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재벌 모두가 부모 잘 만나서 재벌이 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이상한 통계들도 자주 눈에 띱니다. 신규 임용 법관 중에서 51.4%가 수도권 출신이고, 현직 법관들의 출신 고교 1~3위를 서울의 외고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보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우리나라 법조계를 대표하는 판검사의 자리마저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에 따라서 사법부의 보수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재산과 함께 학벌도 대물림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입신양명의 기회조차 잡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법조인과 외교관 등용문은 이제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층 상승의 길인 성장 사닥다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돌아보면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가 모든 자녀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고생하신 부모님과 공장에서 고생한 누이의 희생으로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서민의 자녀인 그들이 기업과 정부 관료로 진출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일찌기 고생을 했고 고생한 것을 보고 자란 그들에게는 성공해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가난에 허덕이는 가정과 나라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절실함과 도전정신과 패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부모가 가진 부와 지위가 자녀에게 그대로 세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층 간의 이동은 멈추었고,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가능성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습니다.

 

어른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의 어른이, 경제의 어른이, 문학의 어른이, 지역의 어른이 정신을 더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흐트러진 정국의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벌써 사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모두가 의미 있는 오월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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