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한 후배 녀석이 찾아와서
힘들어 죽겠다고 푸념을 잔뜩 늘어놓고 갔습니다.
그래서 “야 이놈아!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어딨냐? 다 힘들지. 너 혼자서 세상 고통 다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징징 대지마!”하고 꾸중을 했다가 그래도 짠해서 이런저런 위로를 해주고 돌려보냈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부대끼며 사는 세상에는 ‘고통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살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의 총량은 같다는 이론입니다.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잘 사는 놈이나, 못 사는 놈이나 고통을 겪는 량은 같다는 이론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론이 사람이 일생 동안 흘리는 땀과 눈물의 총량도 같고, 사람이 마시는 술의 총량도 같다는 이론입니다.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리고, 땀을 적게 흘린 사람은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의미입니다. 술도 마찬가지고요. 평생 마시는 술의 량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자산규모 5위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불행한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 말이 결코 틀린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소득이 높고 직위가 높으면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선진국에서는 고소득이나 높은 출세가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정서는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경향이 우리보다는 훨씬 덜하다고 합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면서도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그 후보직을 사퇴한다든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귀영화를 버리고 은퇴를 한다든지, 지금껏 번 돈 중에서 극히 일부만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한다든지, 하는 사람이 그곳에 많은 까닭입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는 욕망이 덜하다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에 모 방송국에서 폐지를 팔아 하루를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낡은 수레를 끌고 폐지를 주워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분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설탕물 한 그릇을 마시는 것이 먹는 것의 전부라고 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나라 높으신 분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발버둥치는 그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큼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노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을 했습니다.
수십 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자신이 가진 돈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큼만 사회에 내놓으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각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이 가진 사람이 지금보다 더 가지겠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팔을 비틀어 그 사람들이 가진 것을 뺏어가는 모양새도 그렇고, 올라갈 만큼 올라간 사람이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온갖 추잡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가진 사람이, 높은 사람이, 조금 더 인간다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우리도 먹고는 사니 그러한 사람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부터 이러한 삶을 살 수 있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폭염에 가까운 날씨입니다.
더위에 늘 건강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박 완 규 올림
https://youtu.be/7QAITw8mh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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