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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섭게추운 겨울날 길 모퉁이에서...          청초 이용분(7회)


  • 2월 7일 여동창모임 회식이 끝나고 미진하여 몇몇 친구들과 근처 커피점에서 나머지
    수다를 한참 나누고 돌아오는 길이다. 아침에 나갈 때와는 달리 겨울날 날씨가 다시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야탑지하철역에 내리면 농협수퍼에서 우유와 두부를 한모 사가야지...'
     생각하며 잔뜩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농협수퍼가 보이는데 어쩐지 문이 닫힌 것 같다. 토요일이라 일찍 접었나 보다.
    마침 길 모통이 가판대에 큼직한 손 두부, 집에서 콩을 삶아 띄워서 찧고 동그랗게 만들어진
    청국장, 집에서 키운 콩나물 그 외 몇가지 반찬거리를 늘어놓고 팔고 있다.
    어느 날 그곳에서 사먹어 본 손두부가 너무 구수하고 맛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눈에 익은 여주인이 없다. 그러던 차 중학교 2.3학년 쯤 된 남학생과 아직은
    한참 젊은 어머니가 걸음을 멈추더니 무엇인가 사려는 듯 기웃거린다.

    이 추운 날씨에 이런 몇가지 물건들을 초라하게 늘어놓고 한사람의 손님이라도 찾아 주기를
    눈이 빠지게 떨면서 기다렸을 주인은 아무리 주변을 휘둘러 보아도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 화장실에 갔나?” 아들이 말을 한다. '그런가?' 나도 그리 생각을 하며 한참을 기다려
    보아도 주인은 영 나타나지 않는다. 네거리에 몰아치는 북풍한설에 하는 수 없는 듯
    그 모자는 그 자리를 떠나 가버렸다.
    “엄마 우리 나중에 다시 와서 팔아 주자”
  • 비록 주인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물건만 보고 그냥 가려니 언짢아서 하는 말일것이다.
    이 한마디 말속에 얼마나 따뜻한 마음이 담겼는가. 나는 그 모자가 때 마침 파란신호등이
    켜진 자동찻길을 총총히 건너가는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한참을 더 기다렸지만 어인 일인지 주인은 영 나타나지 않았다.

     


                                                                2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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