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그리고 사랑 / 안경애
밤마다,
말없이 말도 없이
찬바람에 헛기침 지새우는 은행나무 한 그루
노랗게 물든
목 놓은 사연 뭐기에
저리도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가
소나기 내리듯
동공 속에서 뚝, 떨어지는 빗방울
후드득 마음이 먼저 뛰듯
오랫동안
가슴에 묻었던 수천 개꿈을 매달고
은행잎 안에 숨어 그려낸 얼굴
그리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잎사귀마다
노랗게 붉게 덧칠한 풍경
한 폭 그림으로 꽃불 지폈다
찰라,
부끄럼도 없이
사붓한 꽃잎에 소복하게 내린 그리운 이름 하나
아직도 노랗게 물든
이 가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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