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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노루가 긴 목을 늘어 뜨리고 ...                                              청초 이용분

휴일이라 오랫만에 차를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니 답답하던 마음도
풀려서 한결 시원하다. 첫번째 도착한 드넓은 저수지는 때마침 부는 이른
봄의 싸늘한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 몸이 점점 추워 온다,

바람결 따라 일렁이는 수면에 떠 있는 찌는 눈이 아물아물하고
긴 대의 찌는 멀기도 하여 지켜 보기도 힘에 겹다.

수온도 손이 시리게 얼음처럼 차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주섬주섬 낚시
장비를 챙겨 다른 장소로 옮겨 다시 낚시를 드리웠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갖가지의 무지개색으로 예쁘게 채색 치장을 한 찌가
파란 하늘에 높이 솟구쳤다가 잽싸게 내려와 날렵하게 고기를 채는
물총새 모양으로 잔잔한 수면에 꽃힌다.

통통하고 싱싱하게 잘 살아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실눈을 하고 정성스럽게
낚시 바늘에 끼워서 매번 물속으로 힘껏 던져 보지만 붕어로 부터는
영 인사가 없다.

눈을 들어 주변을 휘 둘러보니 주위의 수려한 경관이 잔잔한 수면에 드리워져
총천연색 물감으로 그린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아름답다.

혹시 이른 아침이 되면 근처 산에 사는 노루가 긴 목을 늘어 뜨리고 내려와
물 속에 비친 제 그림자도 드려다 보고 물도 마시려고 내려오곤 하지나 않을까?

어디서 들려 오는지 갖가지 산새들의 예쁜 지저귐 이봄에 서로 사랑할 짝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모양이지... ` 끼익 끼익` 산골짜기를 가르듯 날카롭게
우짖는 소리.

아. 저 소리는 장끼 소리가 아닌가? 높다란 하늘에선 `지리 베리`
귀에 익은 종다리의 노래 소리가 귓 가에 싱그럽다.

물가에는 연회색 보드라운 솜털 모자 를 쓴 마치 영국황실 근위병들이 쓴
(밍크털 모자 모양) 버들 강아지가 봄을 알리려는 듯 삼삼오오 피어 있다.

저수지로 가는길 어귀에 있는 마을은 예전에는 번성 했었던듯 옹기종기 서로
지붕을 맞대고 어우러져 정답게 모여 있다. 허나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먼지가 잔뜩 쌓인채 쇠락한 농가에는 사람이 살지를 않는다.

소 외양간도 닭장도 모두 텅 비어 있다. 이제는 우물가에 둘러서서 왁자지껄
하던 여인네 들의 웃음소리 멀리 사라지고 담소하며 오가는 어른들도 동네
골목을 뛰어 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어야 할 흙강아지 개구장이들도 이제는 살지 않는다.

다들 문명세계을 따라 정든 고향을 등지고 도회지로 훌훌 떠나가 버리고 집들만
덩그머니 페허처럼 남았다. 그냥 그들의 마음속에서만 다시 돌아 와서 보고 싶은
잊지 못할 고향집으로 남아 있을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 버려 텅 비어
버린 이 마을의 고적함에 나는 마음이 쓸쓸해 지려한다.

막내가 겨우 잡았던 몇 마리의 눈이 먼 붕어는` 잘 살거라 ` 하고 물 속으로
놓아 주었다. 사람들이 떠나버린 황량한 이 마을에도 잊지않고 올 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준 새 봄의 싱그러운 숨결들을 붕어 대신 (붕어 살림망)속에
하나 가득히 담아 가지고 돌아왔다.
옷에는 도깨비 풀 씨도 잔뜩 묻혀 가지고....

2003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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