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by 이용분 posted Apr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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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청초  이용분

 

아침에 처리 할 일이 있어서 서둘러 나가던 참이다.  비가 오는 걸 깜빡 잊고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산을 들고 나와서
내려가는 에레베이터 버턴을 누르니 1층에서 누군가가 잔뜩 붙들고 있는 모양
한참 동안 올라 올 줄을 모른다. 드디어 올라오는 가 했더니 다시 5층에서
한참을 또 머무른다. 요즈음 5층 집에서 집수리가 한창이라 좀 시끄럽기
조차 하다. 집 리모델링 재료를 싣고 올라오고 나르는 모양이다.

간발의 차이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내려가는 길 9층에서 11살짜리 딸 아이를
거느린 젊은 부부가 탔다. 이 어린이는 대여섯 살 때부터 반상회에 나와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번죽 좋게 허리까지 꼬며 요염(?)하게 남방 춤도 추고 거침없이 노래도
불러서 그를 본 동네 아주머니들이 배꼽을 쥐도록 즐겁게 해 주어서 일약
유명하게 된 터다.

그런데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키도 몰라보게 훌쩍 크고 귀고리에
긴 머리를 헤어밴드를 해서 빗은 모양이 어린이답지 않게 아주 세련 됐다.
얘는 다음에 커서도 아주 멋쟁이가 될 소양이 엿 보인다. 초등학교 이 어린이만
했을 때에는 나는 어땠을까 하고 잠시 옛 생각이 스쳐갔다.

해방후 전시 상황 후 어린이 옷을 만드는 옷 공장이 전무라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

변변한 옷도 못 입었으리라. 부모님께서 동대문 시장에서 허리가 잘륵 들어간 미제

기다란 오바를 사 주셔서 입은 기억이 난다.

 

(한참 세월이 흐르고 내가 결혼을 하여 아이들을 키우던 70~80년대 까지도 어린이

옷을 만들어 팔지를 않아 내가 일본책 카타로그에서 뽄을 배워서 커가는 아이들옷을

만들어 입히곤 했다.)

 
“점점 예뻐지는구나. 머리는 엄마가 빗겨 주셨니?”^^
“아뇨, 지가 빗었어요,” 예쁘장한 그의 젊은 엄마의 대답이다. 자기의 아이에게
관심을 갖어 주니 그 젊은 부부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행복한 표정이다.
그 사나운 호랑이도 제 어린 것을 예뻐하면‘흐흥’ 하고 웃는다고 한다.

이래서 집안에서도 아이가 있어야 된다. 아이가 웃음의 꽃이라 하지 않던가.
그 아이는 평시에 나하고 길에서 마주칠 때는 물론 무뚝뚝한 나의 남편한테도
깍듯이 인사를 잘 해서 우리 집에서도 예쁨을 사던 아이다. 잠시 기다림을 한
덕에 예쁜 어린이 가족을 만나서 기분이 상쾌하다.

엊그제 가까운 농협 슈퍼에 갔던 동네사람이 그 슈퍼 계산대에 있는 한 아가씨가
어떤 아주머니한테 된통 혼이 나고 큰 망신을 당하더라고 전한다. 어찌나 살벌한지
계산을 하려고 바로 뒤에 섰던 자기가 혼비백산을 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은
그녀가 오늘 뿐 아니라 매번 봐도 무뚝뚝하고 불친절해서라고 한다.


"네가 무슨 정식 농협직원이라도 된 듯 착각 하는 모양인데 네 주제를 알아라."
하며 퍼 붓더란다. 하기사 정식 농협직원이라고 해서 불친절 해도 된다는 법이
어디 있나.... 친절이 고객에 대한 모든 행위의 맨 첫번 째 덕목일 터인데...

나도 그 아가씨를 잘 아는데 그렇게 무뚝뚝하지는 않던데...
나는 몇 년 전 아들을 결혼을 못 시켜서 애를 닳아 하는 나의 친구에게 이
아가씨를 소개를 해주려고 시도 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그렇게 시원찮은 사람이
라면 내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쩐지 그 고객 아주머니가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중에는 항상 마음속에 불만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삐딱하게보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집안에서 노상 무언가 불만이 쌓여서 있다가 나와서 쇼핑을 하다 보니 만만
한 게 그 아가씨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된다.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현실이니까.

내가 먼저 웃음을 띄우고 상대방을 대하면 상대방도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하는
말이 있듯이 불친절로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옛말에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

라 하였던가.아직도 그런대로 인상이 괜찮았던 젊은 날의 나로 생각하고 지나오던 터였다.

어느 날 무심히 스쳐 지나가며 본 거울 속에서 내 생각과는 전연 다르게 표정이
없을 뿐더러 화까지 잔뜩 나 보이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 하고 그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실망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냥 웃자, 웃는 연습을 하고
미소를 짓자. 웃음은 건강에도 좋다고들 하지 않던가...

어제 그 곳에 들러 보니 그 아가씨 자리가 비어 있던데 혹시 직장을 잃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은근히 마음이 쓰인다.
사람이 장난으로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가 그만 죽어 버리듯이...